'역대 최고' 찍은 중고차 수출…거래 시스템은 여전히 '후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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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찍은 중고차 수출…거래 시스템은 여전히 '후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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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에서 중고차를 선적하고 있다.
인천항에서 중고차를 선적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이찬우 기자 | 중고차 수출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올해도 그 기세가 이어지고 있어 연간 30만대 수출이라는 대기록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커지는 시장 규모와 달리 여전히 낙후된 환경과 시스템 등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연도별 수출말소 대수' 자료 분석 결과 중고차 수출대수는 2015년 12만 957대 이후로 매년 증가해 2018년 20만대를 돌파했고, 지난해 29만4181대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 말소는 차량을 수출하기 전 국내에서 운행되지 않도록 하는 절차다. 말소 처리 후 9개월 이내에 실제 수출 여부를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올해는 절반도 안 지난 5월 기준 17만4130대를 기록해 무난히 3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말소 등록된 차량들을 살펴보면 신차 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던 모델들이 대부분이다. 주행거리가 길고 오래된 차들이 많았다.

올해 말소등록이 가장 많은 브랜드는 단연 '현대차'다. 현대차는 올해만 8만2848대 등록됐다. 기아는 6만906대로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아반떼(2만1873대), 쏘나타(2만549대)가 가장 많이 올라온 매물이다. 싼타페(1만395대), 그랜저(8853대), 쏘렌토(8779대)가 뒤를 이었다. 나머지 르노코리아(3998대), 쉐보레(3035대), KG모빌리티(1416대) 등은 인기 수입차보다도 못한 등록량을 보였다.

수입차 수출 말소 등록도 인기 브랜드가 점령했다. BMW가 4306대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벤츠 3479대, 아우디 2617대, 폭스바겐 2307대, 렉서스 1663대가 순위권에 들었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BMW 5시리즈가 1650대로 1위를 기록했고 벤츠 E클래스(1246대), 아우디 A6(961대), 토요타 캠리(892대), 폭스바겐 골프(883대)가 뒤를 이었다.

이어 올해 수출말소 등록 차량을 주행거리로 살펴봤을 때 20만km 이상인 차가 4만5575대로 가장 많았고 차령별로 나눴을 때는 10년 이상 15년 미만인 차량이 6만784대로 제일 많이 등록됐다.

중고차 수출 실적 자체는 확대되고 있지만, 업계선 이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수출 시장에 나오고 있는 모델들은 대부분 오래되고 낡아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는 팔리지 않은 차량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구조에서는 물량은 다수 확보될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거래 과정에서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거래 후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거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리스크도 커지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낡은 중고차들의 주행거리를 조작해 해외에 넘기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의 폐차 수준에 다다른 차들을 헐값에 해외 바이어들에게 넘겨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상당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작행위는 한국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를 낮춰 향후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도 관련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거래 시스템 선진화와 함께 올바른 거래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업계의 자정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중고차 수출 시장은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규모와 환경이 부족한 편"이라며 "일본 중고차 대비 반값에 팔리고 있어 수출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상품의 질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고차 가격조사산정제도를 개선하는 등 투명한 중고차 문화를 구축한다면 시장의 규모는 지금과 비교도 안되게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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