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의 블랙박스] 하이브리드로 둔갑한 바이퓨얼,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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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의 블랙박스] 하이브리드로 둔갑한 바이퓨얼,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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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이찬우 기자 | 하이브리드와 바이퓨얼은 명백히 다른 기술이다. 최근 더 인기가 많은 것은 단연 '하이브리드'다.

대세를 따르고 싶었던 걸까. 하이브리드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을 걸고 신차를 홍보하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1월 '토레스 하이브리드 LPG' 모델을 출시했다. 가솔린과 LPG 엔진이 결합한 형태로 LPG의 저출력, 저연비 등 단점을 가솔린 엔진으로 보완한 차량이다.

문제는 이 모델의 이름이다. 하이브리드차가 아닌데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와 화석연료(가솔린, 디젤)를 사용해 모터와 엔진을 각각 구동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즉,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필수조건은 전기 모터다.

환경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제 4조를 살펴보면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하는 구동축전지의 공칭전압은 직류 60 V를 초과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법적으로 전기 모터를 탑재하지 않은 차는 하이브리드차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있지 않다. 하나의 엔진에서 두 개의 연료(LPG, 가솔린)를 연소시키는 '바이퓨얼'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와 바이퓨얼은 기술적으로 전혀 다르다. 두 개의 연료를 쓴다는 점을 제외하면 겹치는 부분이 없다. 바이퓨얼은 동력원이 엔진 1개고, 하이브리드는 모터와 엔진 2개다. 당연히 2개의 동력원을 움직이는 것이 더 높은 비용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또한 하이브리드차가 더 친환경적이다. 전기 모터는 주행 중 환경오염물질이 발생되지 않는다. 반면 LPG는 가솔린, 디젤에 비해 덜하지만 주행 시 환경에 부정적인 물질을 배출한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퓨얼 차량을 하이브리드차라며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명백한 '기만광고'다.

과연 70년 역사의 자동차 기업이 이 차이를 몰랐을까. 만약 몰랐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그저 앞서가는 다른 완성차 업체에 뒤처져 보이지 않기 위해 잔머리를 쓴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앞으로 도전해야 할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런 가벼운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또 다시 암흑기로 돌아갈 것이다. 쌍용차는 오랜 세월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을 지켜온 뿌리 깊은 한 축이다. 그런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앞으로는 얄팍한 상술이 아닌 정직한 기술과 상품으로 승부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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