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응의 펜촉] 전기료 현실화, 피할 수 없다면 과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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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응의 펜촉] 전기료 현실화, 피할 수 없다면 과감해야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3월 08일 08시 02분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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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박준응 기자 | 지난해 한국전력공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폭이 32조원이 넘는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역대 최저인 –45.7%를 기록했는데, 이는 영업손실 규모가 매출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한전이 사업을 잘한다고 적자를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애초에 적자의 원인이 원가 상승분을 판가에 제때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시장의 구조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매출을 결정짓는 전기료는 외부 환경이나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전기료는 물가에 직결되고, 기업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전기료가 오르면 그만큼 서민들의 부담도 커진다.

하지만 전기 조달 비용은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에 역대급 적자를 낸 것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연료 가격이 오르고, 발전 회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비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실제 지난해 한전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같은 기간 비용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이다. 다른 비용은 차치하고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만 계산해도 이미 매출 규모를 훨씬 웃돈다.

전기료 인상, 즉 '현실화'가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전기료를 비롯한 에너지 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온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국회입법처는 한전의 영업손익이 다시 흑자로 돌아서려면 전기료가 지난해 3분기 기준 116.38원/kWh에서 176.85원/kWh까지 올라야 한다는 분석자료를 내놨다. 산업부와 한전도 올해 적정 전기료 인상 폭을 51.6원/kWh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전기료는 지난 1분기 13.1원/kWh이 올랐다. 한전이 제시한 적정 인상 폭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갑작스럽게 전기료 인상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연초 단행한 전기료 인상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표로 확인되자, 정부가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말 그대로 속도를 줄이는 것이라면 괜찮다. 잠시 인상을 유예함으로써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고, 그 사이 서민과 에너지 취약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전기료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여론에 등 떠밀려 마냥 전기료 인상 시점을 재고 있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한전을 둘러싼 외부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여전히 전력 조달 비용은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시간을 끌수록 부실 규모만 늘어날 뿐이다. 전기료 인상 없이는 재무건전성 개선은 요원하다.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요금 인상이 뒤따라야 한다.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 폭이 늘어나고 부실 규모가 커지는 것은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자칫 부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지면 '민영화' 수순을 밟거나 혈세가 투입돼야 할 수 있다. 미루다가 끝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인상하는 것은 최악의 수다. 요금 인상을 또 한 번 억누르고 상황을 방치한 만큼, 그 여파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타이머를 늦추는 것만으로는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지금은 명확하게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에 나서는 '판단력'과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뇌관을 찾아 제거하는 '과감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사용량은 세계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수준인데 반해, 전기료는 아직까지 매우 저렴한 편이다. 실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료는 103.9달러/MWh로 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1위 독일(344.7달러/MWh)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즉, 비용을 높이는 대신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기료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해온 만큼 전기료 인상에 마냥 반발하기보다 그간의 전기 소비습관을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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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a 2023-05-10 17:06:36
1000Kwh 당 103.9 달러라는 거짓말 1000kwh 사용하면 103.9달러면 12~13만원이라는건데 말이 되나 . 1000kwh면 30만원은 나온다 250~270 달러 정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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