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돈잔치'라는데 은행도 시장도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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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금융산책] '돈잔치'라는데 은행도 시장도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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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최근 국민 여론은 물론 정부의 연타에 은행들은 그로기 상태다. 이자 장사, 퇴직금, 성과급 등 여기에 꼭 붙는 말이 있었으니 '잔치'다. 기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돈잔치'라는 말은 기사에 한번은 써 봤을 것이다.

얼마 전 은행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언론이 은행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에서 인정하는 것도 있지만 억울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선생님에게 혼나듯 고개를 숙이고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춰왔지만, 돌아온 것은 지속된 비판밖에 없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이자 장사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해 금리를 낮추고 금융 지원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는 등 은행도 노력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한 이후는 '샌드백'이 됐다. 은행들의 서민금융 지원 출연액을 두 배로 늘리도록 하는 법 개정과 은행에 '횡재세'를 물리는 방안까지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의 입장에선 카운터까지 맞게 됐다. 누군가 샌드백을 치고 떠난 자리처럼 허공에 매달려 불안하게 흔들릴 뿐이다.

친구는 은행도 기업이고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집단인데 정부와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흥분해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심정도 이해가 갔다.

또 다른 지인은 앞서 연락해 성과급도 은행에 따라 다르다며 "우린 20만원"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욕이란 욕은 다 듣는다. 하지만 속사정은 말할 수 없다"고 심정을 밝혔다.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저신용·저소득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서민 정책금융을 강화하는 등 지금을 본다면 정부의 입장도 이해를 한다지만 만약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을 때 정부는 과연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무작정 충당금만 쌓으라고 할 텐가? 현재 정부는 원칙을 해치며 지나치게 시장경제에 간섭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에게도 연락이 왔다.

"요즘 대출 이자가 너무 올라서 살기 힘들다. 기사 좀 써주라"

통화 내용은 이렇다. 1년 전 3%대에 사업자 대출을 받았는데 현재 6%를 상회하면서 한 달 이자가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대출 이자를 내는 돈이면 직원을 2~3명을 채용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인원을 축소하고 낮과 밤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 겨우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은행도 노력하는 것처럼 기사가 쏟아지는데 직접적으로 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단다.

마찬가지로 여기에 시장의 논리를 가져다 붙이면 너무 잔인한 친구가 될 거 같아 말을 아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을 보는 듯하다. 정부도 은행도 국민들도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담기 바쁘다. 영화 속 나무꾼처럼 사실 그대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고 친구에게 말하면 그 말을 믿어줄까?

영화와 현실의 차이라면 누구도 못 믿겠다는 것이 아니다. 더 잔인하게도 각자의 입장은 인지하고 있지만 힘의 논리(정부>은행>차주)에 의해 피해자만 더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나무꾼(기자)이 돼 말하자면 여자(금리)가 싸우기 싫어하는 그들(정부·은행·차주)을 부추겨서 결투를 붙여 놓고 도망쳤고, 남은 이들은 비겁하고 용렬하기 짝이 없는 일방적인 싸움을 벌였다.

너도나도 '좌불안석'인 이 상황, 영화처럼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끝나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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