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지난해 내내 이어졌던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새해 벽두까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곡물가와 유가가 오르자 식품업계는 일제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하반기에는 환율이 치솟으면서 또 한 차례 제품 가격을 올렸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기준 소맥과 팜유 가격은 전년 대비 50% 이상 올랐고 1200원대였던 환율도 1400원대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결국 식품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내세워 줄인상에 나섰다. 가격 인상 주기도 짧아졌다. 1년 새 두세 차례가량 인상이 이어지면서 '1년에 한 번'이라는 불문율이 깨진 것이다.
빙그레의 경우 지난해부터 아이스크림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세 차례나 올렸다. 지난 12월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격을 10% 올린 데 이어 올해 초엔 메로나 등 아이스크림 가격을 20% 올렸다.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과자와 아이스크림 제품값을 최대 2000원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4월과 8월 각각 과자와 아이스크림, 육가공 및 간편식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맥도날드는 16일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지난해 8월 인상 이후 6개월 만이다.
써브웨이는 지난 1일 샌드위치와 샐러드 제품 가격을 평균 5.1% 인상했다. 지난해 1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와 달리 시장 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지수는 지난해 3월 159.7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를 지속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다. 140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128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밀가루와 팜유 가격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반발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가격 인상 요인이 안정화를 찾고 있는데도 왜 제품 가격은 1년에 수차례씩 오르기만 하냐는 것이다. 게다가 어려움을 호소하며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과 달리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재료 값이 반영되기까지 3~6개월의 차이가 있다"며 "게다가 원재료 값이 안정화된 반면 전기세, 가스비, 인건비 등 부자재 가격은 더 치솟았다"고 토로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가격 인상 역시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가장 큰 목적은 이윤 추구인 만큼 손해를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인상도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돼야 한다. 가격 인상을 거듭 단행하면서 매번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말만 변명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자구 노력 없이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쉽사리 부담을 전가한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지속된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곡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성난 소비자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기업이 진정어린 소통과 유대감 형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는 막가파식 가격 인상을 멈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