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응의 펜촉] 매년 나오는 성과급 논란, 명확한 기준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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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응의 펜촉] 매년 나오는 성과급 논란, 명확한 기준 세워야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2월 10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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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박준응 기자 | 성과급 시즌이 다시 찾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기업마다 시끌시끌하다. 매년 시끄러웠지만 올해는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고 산정 기준이 다르다 보니, 성과급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타인이 받는 성과급보다 자신이 받는 성과급이 적어 보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고, 당연한 잡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의 논란 역시 이미 수년간 성과급 논란의 주된 화두였던 '공정성', '투명성'과 떼어 설명할 수 없다.

성과급은 임직원이 달성한 업무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급여다. 성과를 내면 많이 받고, 못 내면 적게 받는 게 당연하다. 성과급이 줄어도 명분이 있고 산정 기준이 명확하다면, 직원들 사이에서도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일부 직원들이 잠깐 익명 커뮤니티에 불만을 제기하는 정도는 쿨하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성과급 시즌마다 한 번씩 특정 기업이 구설수에 올라 유독 시끄러워진다. 그건 일부가 아닌 직원 대다수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은 불명확한 편이다.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지표들을 활용하겠지만, 모든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표가 공개돼도 직원 입장에서 그 지표를 합당한 산정 기준으로 인정하지 못할 때가 많다. '박탈감'으로 포장돼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불거졌던 네이버의 성과급 축소 논란이다.

네이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3047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매출은 사상 최대치였다. 다들 어렵다던 4분기에도 나름 선방했다.

일단 수익이 줄어든 만큼, 성과급은 축소됐다. 하지만 직원들이 낙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 그만큼이나 줄여야 했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직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대응도 매끄럽지 못했다. 기껏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도 명확한 산정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이라는 말로 해명을 대신했다. '말실수'로 논란을 더 키우기까지 했다. 결국 CFO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2년 전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었다. 저연차 직원이 CEO에게 메일을 보내 성과급 산정 결과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젊은 직원들은 일터가 아닌 사업장 정문에 모여 연일 시위를 벌였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공정하지 않으니 공정하게 다시 책정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전 세대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문제제기 방식이다. 경영진은 당황했지만 합리적으로 판단했다.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빠르고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이석희 CEO는 먼저 '투명한 소통'을 약속하고, 이를 실천했다. 문제가 됐던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변경했다. 직원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었고,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의사결정 과정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경영실적에 대한 초과이익분배금(PS)은 기준급의 820%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위기론이 대세가 된 가운데,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보통이라면 성과급 규모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호소할 법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외부에서 볼 때는 '경영위기 속 성과급 파티'라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안팎에선 어떤 잡음도 들려오지 않는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준이 얼마나 명확한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정해졌는지 이제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성과급 지급은 기업의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직원들을 위해 성과급을 지급하면서도 오히려 반발만 사는 건 그래서 더 미련해 보인다. 매년 성과급으로 속 시끄러운 기업들은 성과급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급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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