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PMI와 '적과의 동침' 선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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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PMI와 '적과의 동침' 선택한 이유는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2월 02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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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I 글로벌 유통 인프라 활용한 안정적 글로벌 진출 '선택'
전략적 동행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담배 시장 패러다임 주도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KT&G와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가 15년의 장기 동행에 나선다. 양사는 KT&G의 전자담배 '릴'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장기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며 새로운 파트너쉽의 시작을 알렸다.

백복인 KT&G 사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계약식에서 "양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지금의 협력 관계를 넘어 진정한 동반자로 나아갈 계획"이라며 "미래 담배 산업의 혁신적 변화를 함께 주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 2020년 파트너십의 연장선이다. 양사는 당초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하되 향후 성적이 좋을 경우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은 2023년 1월 30일부터 2038년 1월 29일까지 장장 15년에 달한다. 지난 3년간 이어진 협력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깊어진 모양새다.

이를 통해 KT&G는 지난 11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 릴 에이블을 비롯한 전자담배 제품을 안정적으로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PMI의 강력한 유통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계약 대상 제품은 KT&G가 현재까지 국내에서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인 '릴 솔리드', '릴 하이브리드', '릴 에이블' 등의 디바이스와 전용스틱 '핏, '믹스', '에임' 등이다. 향후 출시될 혁신적인 제품들도 포함된다.

양사의 협업을 두고 업계에서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양사가 국내 담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 아이코스는 2017년까지 시장 점유율 87.4%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KT&G 릴 시리즈의 폭발적인 성장에 지지율을 역전당하며 1위에서 밀려났다. KT&G는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스틱 점유율 48.5%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국내 시장에 국한된다. PMI는 글로벌 담배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세계 각국에 안정적인 유통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반면 KT&G는 아직 독자적인 글로벌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이런 상황인 만큼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 KT&G는 PMI와 '전략적 동행'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PMI를 통한 안정적 시장 확보를 우선 순위에 둔 것이다.

사진=안솔지 기자
사진=안솔지 기자

결국 양사가 경쟁 관계임에도 맞손을 잡은 이유는 불필요한 경쟁보다 서로의 장점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이해관계가 맞닿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계약을 통해 KT&G는 PMI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PMI는 KT&G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활용해 RRP(전자담배)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기 없는 미래'를 더욱 빠르게 실현시킬 수 있게 됐다.

야첵 올자크 PMI CEO는 "이번 계약을 통해 PMI는 KT&G 브랜드와 혁신 제품 파이프라인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KT&G의 혁신 제품으로 자사의 무연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양사가 15년 장기 계약에 동의할 만큼 그간의 성과도 좋다. 지난 2020년 첫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등으로 해외진출의 외연을 넓혀 글로벌 31개국 진출을 달성했다. 양사가 릴의 해외 판매를 본격화한 지 2년여 만에 이뤄낸 쾌거다.

임왕섭 KT&G 사업본부장은 "구체적인 실적 수치를 말할 수는 없지만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매출액은 2배, 영업이익은 4.6배 정도 성장했다"며 "비즈니스의 성격상 기본적으로 디바이스가 먼저 판매된 후 스틱 판매량이 올라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향후 매출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분기별 매출액과 매출 수량도 공개해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G는 PMI와의 장기 동행을 통해 안정적인 해외사업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NGP(차세대제품)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15년간 해외 NGP 사업에서 연평균 매출 성장률 20.6%, 연평균 스틱 매출수량 성장률 24.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복인 KT&G 사장은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며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백 사장은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이 있다"며 "역사상 유래 없이 빠르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글로벌 담배 시장에서 오늘은 협력 계약으로 양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며 멀리, 함께 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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