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연초 마수걸이 수주 이어져도…불황에 달라진 수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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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연초 마수걸이 수주 이어져도…불황에 달라진 수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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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괴정7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감도.
부산 괴정7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감도.

컨슈머타임스=장용준 기자 | 대형 건설사들이 연초부터 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치열한 수주전보다는 수의계약이나 컨소시엄 수주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예전과는 달라진 정비사업 수주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알짜 정비사업지에서도 건설사들이 옥석가리기 등 수익성을 따져 단독 수주(수의계약)에 나서거나 합종연횡하는 등 출혈경쟁을 피하고 있기 때문. 특히 올해 분양시장과 경기 전반적인 침체, 공사비 상승, 자금 조달 여건 악화 등 악조건에서 서로간 수주전을 치르면 마케팅이나 영업 비용이 급증하다보니 대형건설사들도 몸사리기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주말인 7일과 14일, 주요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소식이 잇따라 들려왔다.

7일에는 현대건설이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고, 포스코건설이 방배신동아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DL이앤씨도 강북5구역 공공재개발사업 단독 시공권 획득에 성공했다.

14일에는 GS건설이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수주, SK에코플랜트가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부산 괴정7구역재개발사업 시공권 획득, 포스코건설이 경기 안양시 평촌 초원세경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주요 건설사들은 당초 부동산 경기 침체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전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에 비해 순조로운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황에 달라진 수주전 양상이 보인다.

현대건설이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한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 사업은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으로 뚜렷한 수주 경쟁 없이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단독 수주에 성공한 사업이다.

초원세경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조감도.

포스코건설의 올해 첫 수주지인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도 강남권 핵심 도시정비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건설이 큰 어려움 없이 단독 수의계약에 성공했다.

DL이앤씨 역시 노른자로 불렸던 강북5구역을 무리 없이 수주했다.

각 정비사업마다 수천억원의 사업비가 오가는 무게감이 있었음에도 건설사들간 경쟁이 없었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막히면서 건설사들이 예전만큼 원활하게 수주경쟁에 뛰어들기 어렵게 됐다"면서 "코로나 시국에는 해외로 뻗어나가지 못해 국내 경기가 호황을 누렸지만 이제 그 거품마저 꺼지고 있어 사업성을 더 철저하게 계산할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이어 "이로 인해 올해 도시정비사업은 건설사 단독 수의계약이나 건설사간 컨소시엄 구성이 더 활발해지고 상대적으로 조합의 입김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4일 부산 괴정7구역 재개발 수주에 성공한 SK에코플랜트는 현대건설과의 컨소시엄을 이뤘고, GS건설도 서울 노원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에 단독 응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수주에 성공했다는 것이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한다.

다만 최근 PF 위기의 한가운데 섰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 조합이 사업비 마련에 성공했음에도 건설사들은 부동산 PF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직 부동산 전문가들과 시장에서는 정부가 연초부터 1·3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 연착륙을 시도한 덕에 둔촌주공이 위기를 넘겼다지만 1분기까지는 부동산 PF 시장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군이래 최대 정비사업이라던 둔촌주공마저도 사업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은 상황이니만큼 부실 사업장의 경우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전에 나서기 전에 사업성과 자금공급 대책을 철저하게 따져보고 나서는 신중론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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