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나래' 조선업, 구조적 인력난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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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나래' 조선업, 구조적 인력난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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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왼쪽), 삼성중공업이 각각 건조한 LNG운반선.
한국조선해양(위), 대우조선해양(왼쪽), 삼성중공업이 각각 건조한 LNG운반선.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조선업계가 3분기까지 호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완전부활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밀려드는 일감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는 데다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원‧하청 격차 해소를 두고 노조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파업으로 이어질 분위기인 탓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23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5척을 총 1조4568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중공업의 올해 누계 수주 금액은 92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연간 목표액 88억달러를 넘어 섰다.

이로써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달 초 LNG운반선 6척 수주로 연간 수주 목표액(89억)을 넘긴 94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어 이달 28일까지 총 104억달러의 수주액을 거두면서 연간 목표액의 117%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목표 수주액(77억달러)의 40%를 넘긴 108억달러를 최종 달성하기도 했다.

업계 1위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올해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달러의 127.8%에 달하는 222억9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목표수주액(149억달러)보다 53%를 넘신 228억달러의 수조고를 달성한 것과 비슷한 기록이다.

올해 빅3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량에서는 중국에 밀린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대표적 고부가·친환경 선박인 LNG운반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면서 수주 릴레이를 이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올 들어 LNG운반선 수주량은 한국조선해양이 42척, 대우조선해양 38척, 삼성중공업 35척의 순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LNG 연료추진 시스템, 재액화시스템 및 에너지저감장치(ESD) 등 고효율 친환경 기술과 스마트십 기술로 올 들어서만 35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했다"면서 "이는 지난해 22척 수주를 넘어선 한 해 최다 수주 기록이며, 올해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선박(45척)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NG 물동량 증가에 따라 LNG운반선 시장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조선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는 2030년 LNG물동량을 당초 5.8억톤 수준에서 6.3억톤으로 상향 전망했다. 아울러 에너지기업 쉘(Shell)도 2040년 LNG물동량을 7억톤 수준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같은 호황 속에서도 고민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조선업계의 경쟁력이랄 수 있는 '전문인력' 충원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내달 6일 4시간 공동 파업, 7일 7시간 순환 파업, 13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3사 노조의 주장은 회사가 노동자들의 숨통을 틔워주지 않아 강고한 투쟁을 강행한다는 것이다. 공동 파업과 순환 파업을 시작으로 투쟁 수위를 전면적으로 높여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3사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공동교섭 조건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임금피크제 폐지, 치과보철료 연간 100만원 지원 등을 요구해 왔다.

조선 3사 생산직 인력은 10년 전 6만명에 이르던 것이 현재 3만명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이같은 인력난은 국내 조선업의 불황기(2010년~2020년)에 이탈한 전문인력과 나빠지 처우, 저임금 등의 복합적인 악재가 겹쳐져 이어져 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노조 측과 상호 대화를 통해 단체교섭을 원만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결과로 이어지기에는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물류난이 심화한 데다 조선업계에서마저도 현대중공업 3사의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된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만약 노조가 기자재 봉쇄까지 감행한다면 기존 인력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도 하청업체랄 수 있는 사내협력사가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원청에 일감을 반납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이같은 인력난 속에 고용노동부는 내년 산업현장에 투입되는 외국인력을 조선업에 최우선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말 산업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국내 허용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E-9 비자) 규모를 11만명(제조업 7만5000명)으로 결정했다.

고용부 측은 "조선업에 대해서는 별도 쿼터를 정해놓지 않고 제조업에 포함하지만 인력난이 심각한 점을 고려해 신청 시 가점을 줘 우선 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는 정부 주도로 지난 9일 '조선업 상생협의체'가 발족됐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등 원청 5사를 비롯해 협력사 5사(녹산기업‧다온산업‧척추산업‧동형이엔지‧대영전력),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정부(고용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자치단체(울산시‧경남도‧전남도) 등 모두 24명이 포함됐다.

상생협의체는 향후 4개월간 집중 운영되며 내년 2월까지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자치단체와 함께 원청‧협력사의 실천협약 참여와 이행에 대해 각종 장려금과 수당, 금융을 우대 지원하는 동시에 '조선업 상생지원 패키지 사업'도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한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에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과거에도 나왔지만 흐지부지된 인력 양성과 신규채용 인센티브가 노동의 질을 현실적으로 개선시키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선업 인력난은 결국 다단계 하도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K-조선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대등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건 뛰어난 기술이 원동력이 된 것이고 이를 뒷받침한 게 고급 전문인력과 하청인력의 노고였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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