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활황에도 인력난 '시름'
상태바
조선업계, 활황에도 인력난 '시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한국 조선업계가 오랜 불황 끝에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았지만 숙련공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은 인력난에 동남아 등에서 인력 수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벽에 부딪히고 있어 불황기의 그림자가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10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341만CGT(75척)으로 전월보다 18% 증가했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9% 증가한 수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80만CGT(32척, 53%)로 1위, 한국이 143만CGT(22척, 42%)를 수주하면서 2위를 기록했다. 지난 9월 1위였던 한국(123만CGT‧22척·61%)이 이달에는 중국에 밀린 것이다.

이로써 1~10월 누계 발주량은 3475만CGT로 전년 동기 4796만CGT 대비 1321만CGT(28%↓) 감소했고, 국가별로는 한국이 1465만CGT(261척, 42%), 중국 1581만CGT(570척, 46%)를 기록하며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10월말 전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 86만CGT 증가한 1억470만CGT이며, 이중 한국 3675만CGT(35%), 중국 4489만CGT(43%)를 차지했다. 전월 대비 한국은 78만CGT(2%↑), 중국은 59만CGT 증가(1%↑)했으며,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한국이 26% 증가, 중국은 8% 증가한 수치다.

오랜 불황기를 겪었던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을 맞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내년 새롭게 건조되는 선박들이 또 다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 시장의 활황이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랜 과제였던 대우조선해양의 새주인 찾기는 한화그룹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국내 빅3 조선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LNG선에 편중되고 있는 수주 실적과 인력난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는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해운조선업 2022년 3분기 동향 및 2023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까지 한국 조선 업체가 수주한 선종은 LNG선이 64.6%, 컨테이너선이 30.9%로 두 선종이 전체의 95.5%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생산과정에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조선소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노동력을 많이 요구하는 이들 2개 선종이 수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조선해양 산업 인력지원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는 조선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4만3000여명의 전문인력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4년 20만3441명이었던 조선업 종사자 수는 올해 7월 기준 9만2394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5년 간 전문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설계 인력은 1만4000명, 생산 인력은 10만7000명이 필요한 시점에서 단기간에 이를 채울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고급인력 확보 문제를 두고 현대중공업과 4개 조선사(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케이조선·대한조선) 간 빚어진 충돌은 이같은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올들어 삼성중공업 한 곳에서만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한 인력이 200여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LNG선 등과 연관된 연구·설계 전문인력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4개 조선사들이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현대중공업그룹을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중공업은 이로도 모자라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용접 숙련공 550여명을 국내에 수입하고 있다.

이달 중에 태국 조선업 숙련공 350여명이 입국하고,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 배치돼 근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올 연말까지는 이같은 인력 수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숙련공 200여명이 내년 초까지 들어오고,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인력들도 수입될 예정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은 지난 2010~2020년 사이 긴 불황에 시달리다 보니 인력 감축도 그만큼 많았다"면서 "지난해에 슈퍼 사이클의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정작 불황기에 업계를 떠난 전문인력이 건설업이나 반도체업계 등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어 아픈 기억이 있는 또 저임금에 어려운 업무를 맡아야 하는 조선업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올들어 지난 4월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를 위해 업계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용접공과 도장공에 대한 전문인력 비자(E-7) 쿼터제를 폐지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전문인력 확보가 어렵자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하는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비롯한 업계 일각에서는 저비용 외국인 근로자 의존은 조선업의 특성상 단기적인 미봉책이 될 뿐이라며 조선사와 정부가 주52시간제 준수와 임금 현실화 등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16년까지 대형 조선사에서 근무하다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40대 근로자 A씨는 "지금 대형 조선소 하루 일당이 12만~13만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더 안전하고 대우도 좋은 평택 현장(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은 8시간에 20만원 정도 받는다"며 "젊은 시절을 조선업에 종사하며 나름 사명감을 가졌지만 불황이 오자 내쳐졌던 것도 하나의 트라우마라 그 시절을 겪은 사람들이 조선소로 돌아가는 건 사실상 어려운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