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골칫덩어리 ESG'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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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금융산책] '골칫덩어리 ESG'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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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지훈 기자] "ESG는 사기다" 강렬한 한마디였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ESG지수에서 테슬라를 제외하고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을 포함하자 크게 분노해 트위터에 이같은 말을 남겼다.

당시에는 이슈를 몰고 다니는 그가 강력한 말로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이 말이 다시 머릿속을 맴도는 것을 보니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부정적 시선 혹은 불신이 기자도 커가는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ESG는 뜨거운 감자였다. 자고 일어나면 기업들은 ESG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관련 활동을 이어가기 바빴고 기업 수장들도 ESG 경영에 열을 올릴 때라 관련 내용을 보도하느라 기자들도 분주했다. 담당했던 금융 분야의 경우 유난히 ESG에 부채질을 가했다.

하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장기화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겪으며 세계금융시장에 기록적인 한파가 드리워졌다. 자연스럽게 투자위축으로 이어졌고 당장 가정, 기업, 국가 등은 허리띠를 졸라메야 하는 상황과 직면했다.

풍요로울 때나 환경·사회 문제에 눈을 돌렸지 이젠 '변심' 시기와 마주한 것이다. 이에 ESG는 위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ESG 전도사'로 불렸다. 그들은 "화석연료 기업에는 투자를 중단하고 ESG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강력하게 어필했다.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전 세계가 에너지난을 겪자 무리한 탄소중립 정책이 기업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블랙록은 말을 바꿨다.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새 트렌드로 자리했던 기업의 ESG 채권 발행과 ESG 펀드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ESG 채권은 기업이 ESG 관련 목적에 자금을 쓰고자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일반 기업들의 ESG 채권 발행은 지난해 월평균 1조원 이상이었지만 올해에는 치솟는 물가와 긴축 정책으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해 85%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는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뉴욕 증시의 S&P500 ESG지수는 올해 들어 급락했다. ESG펀드에 대한 시각도 바뀌었다. ESG보다 단기 이익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ESG 기업들은 ESG 요소가 아닌 시장의 지배를 받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와 각종 어드밴티지도 사라지면서 메리트도 예전만 못하다. 또한 경기 침체에 ESG를 내세워 투자를 유치하기도 매우 어렵다.

그야말로 '골칫덩어리 ESG'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그간 세계적 ESG경영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다 진이 빠졌다. 마지 못해 ESG를 좇았던 기업들이 대다수였을 것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속 빈 강정(ESG)의 실체를 마주한 것은 아닌가 싶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지속 가능 여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다. 무엇보다 이번 ESG 위기를 기회로 삼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후발주자로 평가받던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들과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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