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개정‧인권보장 불 지핀 '인분 아파트'…건설현장 변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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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개정‧인권보장 불 지핀 '인분 아파트'…건설현장 변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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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건설 노동자 편의시설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7월 26일 건설 노동자 편의시설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최근 지방 신축아파트 사전점검에서 인분이 든 비닐봉지가 발견돼 충격을 안긴 일명 '인분 아파트'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다. 사건의 이면에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정치권에서는 화장실 소외계층이 없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건설업계에서는 건설현장 처우개선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과 인식 변화다. 

지난 23일 이상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건설현장 사업주가 의무 설치해야 하는 근로자 관련시설에 '휴게실'을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이 의원은 "편의시설에 관한 조항에는 휴게실이 명시돼 있지 않아 근로자들은 건설현장이나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쉬는 등 휴식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안에는 현행법 상  '현장으로부터 300m 이내'로만 명시된 화장실 설치 기준을 근로자의 이용 편리성, 근로자 수, 현장 동선 등을 살펴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한 내용도 담았다.

지난 10일에는 같은 당 김용민 의원도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규모 이상의 아파트나 고층건물 건설현장에는 5층당 1개 이상의 화장실을 설치토록 규정한 게 핵심이다.

이같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잇따라 나온 건 최근 지방의 한 신축아파트 사전점검에서 천장과 벽면에 인분이 든 비닐봉지가 발견돼 논란을 일으킨 사건의 영향이다.

일명 '인분 아파트' 사건이 온라인커뮤니티에 알려질 당시 '개인의 의식 부족'이라며 건설근로자들을 탓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니 현장 근로자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한 현실이 속속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는 특히 20층 이상 초고층의 경우 근로자가 급한 용변을 볼 때'현장 가림막'을 마련하는 게 통상적"이라면서 "지상층에만 화장실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 오르내리는 데 드는 시간이 20~30분 이상 걸린다 치면 작업하던 자리에서 용변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토로했다.

LH 건설현장 근로자 화장실 모습.
LH 건설현장 근로자 화장실 모습.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8일까지 수도권 LH(한국토지주택공사) 현장 23곳의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장당 평균 172명의 노동자가 투입되지만 노동자용 화장실은 평균 2.5개에 머물렀고, 근로자들은 한 번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평균 30분 이상' 시간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열악한 현장 실태를 LH도 인지하고 지난 2020년 개선책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주택건설 현장의 출역인원 현황파악 및 근로자 설문을 통한 편의시설 선호도 조사를 바탕으로 근로자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개선한 것이다.

LH는 일원화된 기준으로 운영됐던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출역인원으로 세분화해 현장 상황에 맞는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냉·난방 휴게실을 추가하고 컨테이너 화장실에 냉방기를 설치하는 등 작업환경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시금 열악한 현장 실태가 조명되자 LH는 지난 7일 "건설근로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건설현장 근로자 편의시설 확대 및 관리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LH 측은 지난 7월부터 건설현장·전수조사를 통해 근로자 편의시설 운영·관리 현황을 점검 중이다. 이달 내로 조사를 마치고 이번 조사를 통해 발굴되는 문제점과 근로자의 불편사항에 대해 해결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편의시설 설치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현장은 해당 현장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해 불편함을 줄일 수 있도록 현장 맞춤별로 시설을 보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근로자들은 일찍부터 열악한 현장 편의시설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 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건설 노동자의 편의시설 확대를 주장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노조 측은 "얼마 전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이 나온 것에 대해 건설노동자로서 죄송하다"면서도 "다만 이런 문제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도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정부와 건설업계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LH 등과 건설현장의 화장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실적 대책을 논의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열악한 현장에 대한 개선책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소규모 현장들은 화장실 추가 등의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 "건설 원가에 편의시설 개선에 대한 비용 계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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