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벌떼입찰 제재‧환수 추진"…호반‧중흥 등 5개 건설사 '비상'
상태바
원희룡 "벌떼입찰 제재‧환수 추진"…호반‧중흥 등 5개 건설사 '비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벌떼입찰에 대한 강력한 제재 의지를 밝혔다.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택지지구에서 다수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만들거나 협력회사를 동원하는 등의 편법을 쓰며 당첨 확률을 높이는 '벌떼입찰'로 택지를 무더기 분양받은 건설사에 대한 전방위 제재와 환수 조치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해당 건설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원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전반적으로 문제투성이여서 근본적인 제도 마련과 함께 벌떼 입찰로 받은 택지는 환수하는 방안까지 강구하겠다"면서 "제재 방안과 환수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원 장관에게 "공공택지 입찰에 대규모 자본력을 가진 몇몇 건설사가 위장계열사를 대거 참여시켜 독식하고 있다"면서 "이는 소규모 건설사의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대표적 불공정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벌떼입찰'을 통한 낙찰 규모를 파악하고 있느냐는 강 의원에 질의에 원 장관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추첨으로 공급된 공공택지 178필지가 있는데 상위 5개의 특정 회사 계열사들이 87필지, (전체의) 38%를 공급받았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공공택지 분양에서 호반, 대방, 중흥, 우미, 제일 등 5대 건설사가 약 40%를 낙찰받았고, 이는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같이 '벌떼입찰'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원 장관은 "입찰에 응모한 회사에 대해 페이퍼컴퍼니인지 아닌지 실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2020년 7월에 전매 금지 조치, 2021년에는 추첨이 아니라 경쟁 평가방식을 도입했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되고 있어 올해 들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결과 101개 당첨 택지 중 직접 택지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71개, 페이퍼컴퍼니로 밝혀진 게 10개"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전반적으로 문제투성이여서 근본적인 제도 마련과 함께 이미 벌떼 입찰로 받은 택지에 대해서는 아직 전매를 안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제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이미 전매가 이뤄진 필지에 대한 제재방안 또는 환수조치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시절 벌떼입찰에 대한 문제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시 국토교통부는 그해 3월 23일부터 경쟁 방식의 토지공급제도를 도입하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1월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 중 '질 좋은 평생주택'과 '공공택지공급제도 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이기도 했다.

지난 1984년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이 발효된 이후 지난해까지 택지개발지구 및 공공주택지구 내의 공동주택 건설용지는 추첨 공급 방식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유지해 왔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일시적으로 채권 입찰제 등이 시행된 적이 있지만 낙찰가격이 높은 업체에 공급하는 경쟁입찰 방식이 주택 분양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추첨 공급 방식으로 회귀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추첨제 아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아파트 용지를 분양할 때 일부 중견건설사가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거나 협력회사를 동원하는 등의 편법을 통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벌떼입찰 문제가 불거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토부가 벌떼입찰에 단호한 제재를 선언한 것도 이같은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지적과 법적 보완 이후에도 호반건설, 중흥건설 등 특정 건설사의 공공택지 싹쓸이 현상이 나아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날 강 의원이 공개한 'LH의 입찰 관련 업체 당첨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면, 지난 5년(2017~2021년)간 호반, 대방, 중흥, 우미, 제일 등 5개 건설사는 총 178필지의 공공택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았다. 이 가운데 1위는 호반건설로 18필지에 이르렀다. 이어 우미건설 17필지(25.3%), 대방건설 14필지(20.8%), 중흥건설 11필지(16.4%), 제일건설 7필지(10.4%)의 택지를 분양받아 5위 안에 들었다.

5위 안에 든 건설사들이 LH 공공택지 낙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수의 계열사를 통해 공격적인 입찰에 나선 영향이다. 지난 3년간 공공택지 낙찰 업체가 총 101개사인데 반해 호반건설 36개, 중흥건설 47개, 대방건설 43개, 우미건설 41개, 제일건설 19개로 총 186개 계열사를 거느린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건설업종 페이퍼컴퍼니 단속 포스터.

벌떼입찰과 관련해 5개 건설사들이 가장 큰 이득을 냈다는 의혹은 지난 201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통해서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경실련 측은 "공공택지 사업으로 막대한 이득이 보장되지만 시공능력이 있는 건설사에게 토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추첨을 통해 공급하다 보니 건설사들은 페이퍼컴퍼니를 무분별하게 늘려왔고, 토지 전매 등으로 편법승계, 시공능력도 없는 건설사들의 불로소득의 수단이 돼왔다"면서 "시공능력도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입찰에 참여하고 이후 고분양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취하는 등 지금의 공공택지 공급방식은 공공택지 조성 목적과 전혀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건설사들의 불법거래만 부추길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개발 가능한 공공택지가 감소하는 가운데 벌떼입찰을 통해 낙찰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들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껏 오랜 기간 동안 공공택지에서는 벌떼입찰에 밀려 공평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서 "2020년 11월에 공공택지공급제도 개선 방안 발표와 지난해 3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나왔지만 아직은 공평한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공택지 입찰 시 계열사 포함 '1사 1필지'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벌떼입찰 논란에 휩싸인 해당 건설사 가운데 한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계열사 입찰도 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었고, 입찰 과정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면서 "오히려 경기가 나빴을 때는 다른 건설사들이 입찰에 나서지 않아 유찰이 반복됐던 택지를 우리가 불하받아 공공주택을 지어 온 부분마저도 희석돼 씁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