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The Great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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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의 시선] The Great game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08월 22일 0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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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갑자기 닥친 느닷없는 세계정세의 변화였을 것이다. 그저 막연히 러시아랑 우크라이나는 친한 나라 아니야? 라는 생각정도 하고 있다가 저 멀리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인하여 당장 우리 밥상물가가 상승하니 전황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전쟁 이후의 상황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서구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이번 전쟁은 역사의 반복과 같은 익숙한 장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단지 최근에 벌어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이 초래한 양국간의 분쟁으로 본다면 사안을 너무 근시안 적으로 보는 것이다.

유럽의 민족은 게르만, 라틴 그리고 슬라브족으로 크게 3분 할 수 있다. 슬라브의 맹주는 러시아이다. 러시아의 영토는 춥고 척박하다. 항구는 겨울에는 얼어 붙는다. 비옥한 영토와 부동항을 얻기 위한 러시아의 서진과 남진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게르만과 라틴의 맹주는 그때 그때 바뀌어 왔다. 고대 시절에는 로마제국이었겠지만 이후 프랑스인 경우도 있었고, 스페인인 경우도 있었지만 러시아가 동진과 남진을 감행하던 시기에는 주로 영국이 맹주였다. 그래서 영국이 주로 러시아의 동진과 남진을 막아내는 총대를 맸다. 총대는 영국이 맸지만 참전은 라틴과 게르만이 함께 슬라브와 대적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크림 전쟁이다. 러시아는 남진을 했고 당시 오스만 제국을 위협한다. 오스만 제국은 현재의 우크라이나처럼 군사적으로는 러시아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영국과 프랑스군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과감하게 러시아를 공격한다. 우크라이나를 통하여 대리전을 하는 현 상황과 매우 닮아 있다.

그 후 또 역사는 반복되는데 이번에는 아프가니스탄이다. 19세기 초반 러시아가 인도로 남하할 것을 우려한 영국은 완충지인 아프가니스탄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쟁을 벌인다. 전장은 아프가니스탄이었지만 전쟁은 영국과 러시아의 전쟁이었다. 당시 영국은 이 전쟁을 The Great game 이라 불렀다. 전 세계를 체스판으로 보고 체스를 두는 당사자는 영국과 러시아였고 아프가니스탄은 하나의 말에 지나지 않는 비유였다. 크림전쟁과 최초의 Great game은 러시아의 패배로 끝이 났다.

그러나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Great game이 계속되었고 미국의 퇴각으로 이번에는 게르만, 라틴진영의 실패로 끝이 난다. 19세기의 크림 전쟁에서는 러시아가 패퇴했지만 21세기의 크림반도 분쟁에서는 러시아가 승자이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또 하나의 Great game이 일어나는 것이다. 전쟁은 몇 개월 전 시작된 것 같지만 Great game은 수백년 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알 수 있다. Great game은 한 진영이 몰락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며 그 승자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Great game은 서방과 러시아가 벌이는 게임이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갤러리 일수는 없다. 게임이 결과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달라지는데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국제화된 세상과 또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에 따라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열려 있다. 다만 지금 Great game을 하고 있는데 모든 말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몇수 앞 몇 십수 앞을 내다 보아야 하는 시점에 우리 정치권은 pawn (체스의 졸)하나에 묻은 때 하나를 가지고 네 pawn에 뭐가 묻었네 말았네 하며 싸우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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