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친환경 핵심축 전기차 '고속질주'…정체된 수소차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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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친환경 핵심축 전기차 '고속질주'…정체된 수소차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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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지훈 기자]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동화 전략 양대축 전기차와 수소차가 엇갈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사진=김지훈 기자]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소차를 현대차그룹 미래 전동화 전략의 핵심으로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분위기는 전기차의 고속 질주와 수소차의 정체로 대변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수소차보다 전기차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시장 점유율이나 모델에 대한 평가가 그렇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수소차의 도약을 위해 재정비 중이라는 입장이고, 전문가들은 수소차를 포기하기엔 이르고 방향성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 현대차‧기아, 전기차 신모델로 시장 고속질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가 총 1만2857대로 1위에 올랐다. 이어 기아 전기차 모델 'EV6'가 1만64대로 2위에 올랐고, 제네시스 GV60과 GV70 전동화모델이 각각 4, 5위를 차지하면서 지난해 같은기간 시장을 주도했던 테슬라를 3위로 밀어냈다.

불과 1년 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한 건 총 6735대가 팔린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Y'였다. 당시 현대차와 기아는 니로, 코나, 아이오닉5의 판매량을 다 합쳐도 4520대에 불과했다. 테슬라에 비해 기술력이나 편의사양 등에서 전동화의 색깔이 옅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 탓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아이오닉5, 기아가 EV6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디자인과 구조에 차별성을 두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선전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힘이 크다"면서 "절대 강자로 여겨지던 테슬라가 몇 차례나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의 피로도를 높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E-GMP를 전동화 모델에 적용하면서 고품질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호평도 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직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구축한 완성차 브랜드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경쟁력을 높이는 이유다.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모델을 구입할 경우 차량 부품 수급이 원활하고 AS도 빠르다는 점도 테슬라에 비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으로 눈을 돌려 봐도 현대차와 기아는 고속질주 중이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s에 따르면 기아는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을 합해 총 7만3212대로 7위를 기록했다. 

이는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EV6의 인기 덕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베스트셀링 전기차 순위 16위로 3만대 수준의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에 이어 현대차도 7만2250대 판매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역시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가 누적 판매대수 3만6025대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베스트셀링 전기차 순위 10위에 오른 영향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여세를 몰아 하반기 전기차 '아이오닉6'를 선보이고 내년 'EV9'를 공개할 예정이다. 두 모델이 출시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사진=장용준 기자]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기아 EV6 언플러그드 그라운드'. [사진=장용준 기자]

◆ 정체되고 위축된 수소차 시장

이렇듯 전기차 시장이 커져가고 있지만 수소차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세계 각국의 수소전기차 판매 대수는 5908대로 전년 같은 기간(6057대)에 비해 소폭 줄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이라는 게 SNE리서치 측 분석이다.

같은기간 현대차 넥쏘의 판매량도 3073대로 지난해 같은기간(3103대)보다 소폭 감소했다. 다만 점유율에서는 지난해 51.2%에서 올해 52.0%로 올랐다. 이는 2위 도요타가 42.8%에서 27.0%로 급감한 것에 비해 선전한 결과라는 평가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2배 가까이 급성장한 수소차 시장이 올해 각종 글로벌 이슈에 직면하며 주춤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가 선전하고 있지만 시장 위협 요인들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의 독주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분위기로는 아이오닉5에 비해 넥쏘가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 전기차 시장 확대 속에 수소차에 대한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인지 의문이라는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은 판매량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전용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의 적극성에서 차이가 문제"라고 짚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주력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살펴보면,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밑그림이 확실하다. 전기차 보급의 핵심이랄 수 있는 충전 솔루션, 고객서비스 등의 인프라 부문에서는 2025년까지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구축하고, 배터리 부문에서도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아울러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간 최대 15만대 규모의 국내 최초 전기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공장도 지어진다.

이에 비해 수소차는 흐릿한 밑그림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업 부문에도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승용, 버스, 트럭 등 차세대 제품과 함께 연료전지 시스템의 효율 개선 및 원가절감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전용 부품 연구시설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기본적인 계획만 보인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인근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수소차 '넥쏘' 유럽의회 인도식에서 수소를 충전하고 있는 '넥쏘' 모습.[사진=연합뉴스]

◆ 포기하기 이른 수소차, 방향성 재정비 과제

이같은 회의론을 불러일으킨 것이 지난해 11월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 중단 발표였다.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진행해왔던 프로젝트를 내부 감사한 결과 차세대 수소차 핵심 기술의 기술력과 시장성이 미비하다는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개발 중인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개하고 판매 중인 수소승용차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보다 부피를 30%가량 줄이고, 출력과 내구성을 2~3배 높였다고 밝힌 바 있다. 3세대 연료전지의 핵심 과제는 생산 단가였기에 현대차는 현재 3000만원대인 차량 연료전지의 가격을 2025년까지 50% 이상 낮춰 수소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료전지 생산 단가 인하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수소차 로드맵 달성을 위한 수소차 사업성은 풀기 어려운 과제로 받아들여진 분위기다.

이같은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해 초 제네시스 G90 출시 행사에서 "앞으로 수소차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스템 개발 목표 정도를 상향해 여기에 맞는 일정으로 전체 라인업을 조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수소차 시장의 위축 우려는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점점 더 커져가는 분위기다. 환경부는 올해 2회 추경예산안에서 수소차 보급 예산을 기존 6795억500만원에서 4545억500만원으로 감축했다. 기존 수소 승용차 보급 목표를 2만7650대에서 1만7650대로 1만대 낮춘 것에 따른 것이다.

올해 수소차 보조금 예산 집행 지방자치단체 118곳 중 마감된 곳은 27곳에 불과할 만큼 소비자의 관심도 식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박정국 현대차 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열린 '제19회 자동차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초단계를 하다 보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적극 시행착오를 극복할 것"이라면서 수소차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박 사장은 현대차·기아의 수소연료전지 개발과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담당을 신설하고 그 총책임을 박 사장에 맡긴 것인데 이 또한 정의선 회장의 수소차 사업에 대한 의지가 변함없다는 의지로 내비친다.

수소차 시장의 미래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뀌면서 수소차 정책의 방향성도 바뀌는 분위기인데 미국과 유럽이 수소차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고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에는 인프라 구축에 돈이 과다해 아직 돈 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현재는 전기차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대형 트럭 등 상용차 계열은 무거운 짐을 실기 때문에 전기차로 만들면 배터리 효율이 크게 떨어져 전기차는 승용차로 가고 수소차는 대형 트럭 등 상용차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넥쏘가 승용차로 세계 1위지만 몇 년 전 현대차가 내놓은 대형 수소트럭 엑시언트 같은 양산모델을 더 구축해 유럽시장 등을 공략하는 방향성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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