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레스토랑 맞대결②] 농심 '포리스트키친', 비건식도 '파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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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레스토랑 맞대결②] 농심 '포리스트키친', 비건식도 '파인'하게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06월 03일 0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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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 콘셉트로 고급화 전략...가치소비 성향 겨냥
농심 포리스트 키친 전경. [사진=안솔지 기자]
농심 포리스트 키친 전경. [사진=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 안솔지 기자] 비건 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의 행보가 더욱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비거노믹스(Veganomisc)'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2008년 15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채식인구는 지난해 250만명을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비건 열풍에 발맞춰 나란히 비건 외식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 점유에 나선 풀무원과 농심의 비건 레스토랑을 톺아본다.<편집자주>

비건 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춘 풀무원의 '플랜튜드'와는 다른 전략으로 비건 외식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농심이다.

농심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파인 다이닝 콘셉트의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열었다. 총괄셰프는 미국 뉴욕의 미슐랭 1, 2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김태형 셰프가 맡았다.

농심은 그간 라면, 스낵 사업 등에 집중해 왔지만 미래를 이끌 신 성장동력으로 '비건식'을 낙점하고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독자 기술을 개발해 대체식품 관련 주요 소재와 대체육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또 자체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통해 대체육 외 치즈, 소스 및 이를 활용한 즉석조리식품 등 40여 가지의 비건식을 선보이고 있다. 농심이 운영하는 카레레스토랑 '코코이찌방야'에서도 비건 카레 메뉴를 운영 중이다.

농심은 '포리스트 키친' 역시 대체육 사업 확대를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친환경과 가치소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육류 생산 및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비건과 대체육이 친환경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표방한 포리스트 키친은 100% 사전 예약제 방식으로 운영한다. 매장 규모도 34석이다. 이는 프리미엄 다이닝을 맛보면서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포리스트 키친 내부 전경 [사진=농심]
포리스트 키친 내부 전경 [사진=농심]

매장의 전체적인 콘셉트 컬러는 숲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녹색을 택했다. 인테리어 자재도 숲을 연상시키는 나무 자재를 사용했다. 플랜튜드와 마찬가지로 오픈 주방을 도입한 점도 눈에 띈다.

포리스트 키친은 점심과 저녁에 각각 휴(休), 림(林)이라는 단일 코스 메뉴를 제공한다. 점심은 5만5000원, 저녁은 7만7000원이다. 점심 코스에서는 △작은 숲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코코넛 △뿌리채소 △흑마늘 △세모가사리 △루바브까지 총 7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저녁에는 초당옥수수, 야생버섯, 참외 3개 메뉴가 추가된다.

대체육으로 만든 메뉴 '작은 숲'(왼쪽), '코코넛'. [사진=안솔지 기자]
대체육으로 만든 메뉴 '작은 숲'(왼쪽), '코코넛'. [사진=안솔지 기자]

이 중 대체육을 사용한 메뉴는 작은 숲, 코코넛, 흑마늘 세 가지다. 

코스의 첫 요리인 '작은 숲'은 숲으로 꾸민 트레이에 제철 채소를 이용한 한입거리 음식과 콩 커스터드, 콩꼬치 등으로 구성됐다. '코코넛'은 대체육 소를 넣어 빚어낸 만두 형태의 라비올리 파스타다. '흑마늘'은 흑마늘과 콩으로 만든 대체육 스테이크다.

세 메뉴를 직접 먹어본 결과 작은 숲의 콩꼬치는 여전히 대체육 특유의 향이 코 끝에 맴돌았다. 흑마늘 스테이크는 실제 고기를 썰 때 보다 딱딱했고 향과 식감 역시 대체육 특유의 느낌이 남아 있었다. 

가장 '대체육스럽지 않은' 메뉴는 '코코넛'이다. 비건 여부를 떠나 호불호 없이 즐기기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코넛은 마카다미아로 만든 소스, 부드럽고 은은한 코코넛과 로즈마리 향, 대체육 소를 품은 쫄깃한 라비올리의 조화가 일품이다. 

대체육으로 만든 메뉴 '흑마늘'(왼쪽)과 대체육 스테이크를 자른 단면 모습. [사진=안솔지 기자]
대체육으로 만든 메뉴 '흑마늘'(왼쪽)과 대체육 스테이크를 자른 단면 모습. [사진=안솔지 기자]

대체육 메뉴 대부분이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구현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있었지만 다른 코스 메뉴들로 아쉬움은 상쇄된다. 특히 뿌리채소는 연근과 당근, 견과류, 후무스의 조합을 통해 콩고기만이 비건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김태형 총괄셰프는 "지역농가와 협업한 고품질 채식 식재료를 엄선해 각 식재료 본연의 맛, 대체육과의 조화를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 테이블에 놓인 디스크립션 카드를 통해 음식을 맛보면서 메뉴마다 재료에 얽힌 스토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식사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구로구에서 온 이모 씨(28)는 "비건이 아니지만 호기심에 매장을 방문했는데 메뉴와 서비스가 훌륭해 만족스러웠다"며 "고급스러운 비건 음식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새로운 코스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다른 비건 레스토랑과 달리 대체육 핵심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를 활용한 신메뉴 개발에 유리한 입장"이라며 "이런 장점을 살려 계절 변화에 따라 제철 식재료로 만든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건과 비(非)비건을 모두 아우르는 것을 목표로 비주얼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중심으로 건강식에 관심있는 중·장년층, 다이어트·건강에 관심있는 2030 여성 등 고객을 세분화 해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형 포리스트 키친 총괄셰프. [사진=농심]
김태형 포리스트 키친 총괄셰프. [사진=농심]

농심은 비건식이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2040 세대 사이에서 파인 다이닝과 오마카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비용이 들더라도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포리스트 키친은 프리미엄 다이닝 경험과 더불어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까지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추가 매장 출점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는 소비자들에게 포리스트 키친을 알리고 '맛있는 비건 레스토랑'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1호점 운영 안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베지가든'을 통해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고품질 비건 제품도 꾸준히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베지가든 신제품 '고소한 불고기 볶음밥', '매콤한 김치불고기 볶음밥'을 출시했다. 이어 국내 첫 닭고기 대체육 제품 '베지가든 후라이드 치킨'을 선보이는 등 비건 제품군 강화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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