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상태바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일 콜드웰 / 김영사 / 1만4800원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최근 있었던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 현장 사진을 본 후로 서울 지하철을 탈 때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있는지 살핀다. 오래된 역사가 많아 계단이 주를 이루는 곳에서 만일 내가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반문하게 된다.

이 에세이는 반려견 '튤라'를 가족으로 맞이하며 시작한 새로운 생활과 급격히 나빠진 다리 건강 두 가지 사건을 통해 고통과 사랑, 절실함과 희망을 전한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겪어 평생 다리를 절어온 저자에게 다리 상태 악화는 적지 않은 공포감을 불러 일으킨다.

저자는 책 전반에 자신을 '완고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는 사이 이러한 기질은 더 강해진 듯하다고 짐작한다.

솜털 같은 사모예드 강아지가 품 안으로 들어와 성견이 될 때까지 저자는 수백, 수천 번 개와 산책하고 조정을 해낸다. 길이가 다른 두 다리는 저자의 인생에서 바꿀 수 없는 상수와 같았다. 그러나 꾸준한 반복이 쌓이고 쌓여 60세가 다 되어 왼쪽 다리보다 짧았던 오른쪽 다리가 약 1.6cm 길어졌음을 알게 된다.

사회에서 흔히 결핍이나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무언가는 우리 모두에게 있고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 책에서 질병은 없애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저자의 정체성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다. 저자는 다리 상태가 나빠지면서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두려움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걷는 속도가 남들보다 절대적으로 느리지만 결국 자신의 속도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저자처럼 나만의 속도를 찾게끔 유도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