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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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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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료 / 비채 / 1만5500원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하드보일드는 냉정하고 비정하게 인물과 사건을 묘사한 소설 장르 중 하나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로 혜성같이 문단에 등장한 하라 료는 6편의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를 통해 고품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선보여왔다.

하라 료 세계관의 주인공 사와자키는 중년의 사립탐정으로 챈들러의 히어로 '필립 말로'에 비견되며 탄생 이래 일본을 대표하는 '낭만 마초'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2009년 국내에 소개된 이후 13년 만에 개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 독자를 찾았다.

이번 시리즈에서 탐정 사와자키는 유괴사건에 휘발린다. 얼덜결에 몸값 전달책 신세가 되지만 접선 장소에서 습격을 당해 돈가방을 도난당하고 유괴범은 돌연 협상을 중단한 채 잠적해버린다. 아무도 신뢰하지 못하는 피해자 가족, 의심을 거두지 않는 경찰, 묘한 부탁을 해오는 야쿠자 등 인물들은 사와자키를 서서히 옥죈다.

작가는 불필요한 수사는 철저히 배제된, 건조하면서도 밀도 높은 문장력으로 읽는 이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동시에 현실적 매력과 극적 완결성을 겸비한 캐릭터가 생생하게 사건을 전달시킨다. 유괴 사건은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뒤틀리며 계속 반전을 이어가고 질주하는 속도감으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이 책은 출간 13년 만에 전면 개정을 통해 전문을 세심하게 가다듬고 시리즈다운 일체감 있는 표지 디자인으로 새 옷을 입었다.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국내 미공개 단편 '감시당하는 여인'도 수록됐다. 자기 애인에 대한 뒷조사를 요청받은 사와자키가 또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하라 료의 팬에게 귀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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