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덮친 '시공사 교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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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덮친 '시공사 교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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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 행사중인 둔촌주공 [사진=연합뉴스]
유치권 행사중인 둔촌주공 [사진=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최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에서 빚어진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계약 해지와 시공사 교체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서울 대규모 정비사업장인 송파구 잠실진주, 동대문구 이문1‧3구역, 은평구 대조1구역 등도 분양이 늦어지거나 시공사 교체 불똥이 튀고 있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다만 시공사 교체는 현실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서울의 공급계획에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이 27일 현재 공사 중단 10일을 넘겼다.

앞서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공사비 증액계약 등에서 불협화음을 내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시공단이 지난 15일 0시부터 공사를 중단하고 인력과 장비를 철수한 바 있다.

조합은 공사 중단 기간이 10일을 넘어가면 시공계약 해지를 추진하기로 한 바 있어 그 기간이 지난 만큼 공사가 이사회를 열어 시공계약 해지를 의결하기 위한 총회 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합과 시공단을 중재해 합의에 이르게 하기 위한 서울시의 노력 여부에 둔촌주공 재건축의 명운이 달렸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표현이 아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5930가구를 최고 35층 83개동, 1만2032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올리는 사업으로 공정율이 52%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업이 엎어지면 조합도 시공사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서울시의 중재도 여러 차례 시도됐으나 소득을 얻지 못하고 한계에 달하고 있어 감정싸움으로 자칫 파국을 맞을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조합이 시공사 교체 가능성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당장 현 시공단을 대체할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고 공정율이 절반을 넘었기에 시공 방향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이 시공사 계약 해지를 선언하는 순간 시공단은 소송 제기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공단은 공사현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공단이 제기했던 7~8월 만기 예정 사업비 대출 7000억원과 대주단으로부터 대출받은 이주비 1조4000억원도 조합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은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새 조합 집행부가 공사변경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마감재 및 내장재 등을 특정 업체의 제품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조합측 자문위원은 지난 21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특정 브랜드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공사업단에서 조합측이 3차례에 걸쳐 시공단에 15개 항목의 마감재 및 특정 업체 변경을 요구한 공문을 공개하면서 되받아친 상황이다.

시공단은 지난 22일 "공사변경 계약을 부정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공사비가 아니다"라며 "공사변경계약서에 근거된 각종 마감재를 특정업체에 몰아주기 위해서는 공사변경계약서를 부정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특정업체의 마감재 이권 때문에 공사변경계약을 부정해 입주지연 및 공사중단에 따른 유치권 행사 등이 발생한 현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빠른 사업 정상화를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컨소시엄으로 시공권을 수주한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사업도 조합이 시공사 계약해지 일보직전까지 내달리다 무산됐다. 이 사업은 지하 3층~지상 35층, 2678가구로 재건축 예정이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로부터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위기가 닥쳤다. 일부 조합원들이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에 지난 24일 총회가 열리고 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이 상정됐으나 현대산업개발만 단독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계약상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로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계약 해지에 포함되는 안건이 올라왔다. 다만 시공사 교체 시 법적 소송에 따른 공사 지연과 막대한 경제적 비용 부담을 우려해 조합원들은 안건 부결을 택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공급 현황 [자료=청약홈]

서울 정비시장의 대형 사업들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분양시장이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 4월까지 서울에는 3133가구가 공급됐다. 연초 업계에서 올해 서울에 4만가구 이상이 공급될 것으로 예측한 것의 10%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양 가뭄이 이어져 3~4년 뒤 입주물량이 급감해 집값이 또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남, 강북 등 주요 사업장마다 조합과 시공사 간 마찰이 빚어지면서 실질적인 분양 시기까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새 아파트 장만을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혼돈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에도 공급 가뭄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1만2032가구)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올해 상반기 예정됐던 4700여가구 일반분양도 미궁에 빠졌다.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2678가구) 또한 공사 현장에서 유물 발견과 시공사 교체설로 분양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도 분양이 2023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강북권인 동대문구 이문1구역과 3구역 총 7390가구도 올해 상반기 분양이 사실상 어려워졌고, 은평구 대조1구역(2451가구)은 철거까지 마쳤음에도 조합 간의 공사비 관련 갈등으로 분양과 착공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서울 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계획된 분양 물량이 실제 시장에 나오기까지 시기도 불투명해짐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발길도 바빠지게 됐다. 철근, 레미콘, 골재 등 원자재값 폭등으로 분양가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정비사업장의 조합 집행부들이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내기엔 현 상황이 너무 안 좋다"며 "코로나는 끝나간다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공사가 지연될수록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조합원들의 피해도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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