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의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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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의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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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 / 김영사 / 1만5800원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소도시 부차에서는 러시아군이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민간인 수백 명이 숨졌다. 전 세계가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을 비난하고 있음에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거짓말'이라고 일갈하며 해당 부대에 '근위' 칭호를 수여했다.

전쟁은 그 어떤 명분이 있더라도 무구한 희생을 낳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디국은 도쿄 대공습을 통해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베스트셀러 저술가이자 이야기꾼 말콤 글래드웰은 1945년 미군의 '도쿄 대공습'을 파헤치고 '같은 의도에서 출발한 정반대의 선택'을 재검토한다.

하룻밤만에 10만 명의 사망자를 낸 도쿄 대공습이 실은 더 많은 목숨을 살리려는 의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은 알지 못한다. 저자는 '폭격기 마피아'라고 불리던 미 육군항공대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윤리적 전쟁'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폭격기 마피아는 당시 최신예 폭격기를 사용한 '고고도 주간 정밀폭격'으로 전쟁의 양상을 바꾸려 했다. 무의미한 인명 손실을 피하고 적국의 산업과 군수만을 정밀하게 폭격해 전쟁 수행 능력 자체를 제거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러나 당시 기상 악화로 인해 미군은 목표한 폭격 피해량의 1퍼센트만 달성하는 데 그쳤다.

이후 미군 지휘부는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극적으로 방향을 바꿨다. 폭격기 마피아의 고고도 주간 정밀폭격을 철회하고 이전과 같은 무차별 폭격을 택했다. 1945년 3월 9일 도쿄는 불바다가 됐다. 하룻밤에만 10만 명의 사망자와 1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충분한 숙고와 검토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애초의 약속을 어긴 것은 '승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폭격기 마피아의 양심과 신념이 그대로 지켜졌다면 역사의 흐름은 바뀌었을까. 이 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민간인 학살이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올바른 선택은 무엇인지 지금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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