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막았지만"…업계 '셧다운'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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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막았지만"…업계 '셧다운'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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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 [사진=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현대건설을 비롯한 대형건설사들이 시공을 맡고 있는 전국 건설 현장 200여 곳이 무기한 셧다운(중단) 위기에 놓였다가 한숨을 돌렸다. 최근 들어 건설자재비가 폭등하면서 원도급업체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온 철근·콘크리트업체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무기한 셧다운을 예고했다 철회한 것이다.

현대건설의 대화 노력으로 서울·경기 등 지역에서의 공사 중단은 취소했지만 호남·제주 등 지방 건설 현장에는 불씨가 남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 압박에 시달리던 전국 5개 지역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20일부터 건설현장 공사 중단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경기·인천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지난 18일 현대건설과의 극적 타결로 공사 중단을 철회하면서 사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철근콘크리트 협회가 밝힌 자재비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은 맞다"며 "이미 지난 2월부터 이어져온 논의이다 보니 연합회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셧다운 불씨는 건설업계 전체로 번지는 분위기다. 호남·제주 철근콘리트연합회가 20일 오전부터 예정대로 건설 현장에서 무기한 공사중단에 돌입했다.

공사를 중단한 소속 회원사만 50곳으로 이들의 아파트 건설 현장은 광주·전남이 90%가 멈췄다. 호남·제주를 합치면 망치 소리가 멎은 곳이 200여 곳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호남·제주 지역 골조 공사가 전면 중단된 20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 연합회 회원사 관계자들이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 폭등에 따른 줄도산 위기를 호소하며 원청사의 적정 단가 보장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 광주전남지회 측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해마다 10% 넘게 인건비가 인상돼 더 이상 버틸 수 없고 도산 위기에 내몰려 있어 공사가 멈출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명료하다. 35년 만에 건설자잿값이 50% 폭등했고, 인건비도 매년 10~30%씩 인상되면서 더 이상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청사에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연합회 조사 결과 자재비 인상 폭은 지난해 상반기보다(3~8월 계약분) 철물과 각재, 합판 가격은 모두 50% 올랐고 기타 잡자재도 40% 상승했다.

철근의 원료인 국제 고철 가격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톤당 60만원대를 넘겼다. 현대제철 철근 기준 가격은 4월 현재 톤당 99만1000원으로 지난해 1월(톤당 70만원)보다 30만원가량 치솟았다. 인건비도 형틀 재래식(15%), 알폼 시공(30%), 철근 시공(10%) 모두 뛰어올랐다.

대전·세종·충청 연합회(9개사), 대구·경북 연합회(19개사), 부산·울산·경남 연합회(21개사) 등 나머지 지역 연합회 소속 업체들도 20일 하루 동참하는 것으로 뜻을 같이해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건설 현장에 쓰이는 모든 자잿값이 1년간 70%나 급등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원도급사들이 세워줘야 할 것 아니냐는 불만이 쌓인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건설사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철근과 시멘트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10%씩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 건설업체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가 10% 내외로 하향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공사 계약이 대부분 기성불(공사 중도에 지불되는 중간지불은 공사 기성부분에 대한 공사도급 계약금액의 일부를 지불하는 것이고 그 완성된 공사의 부분)로 돼 있고 주요자재들은 원청사가 수급해주는 공사이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은 크게 지장이 없으나 중형이나 소형건설사들은 타격이 크다"면서 "공공공사는 정부 등이 어느 정도 사정을 봐 주지만 민간공사는 이같은 위험을 고스란히 군소업체들이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보니 위기감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대형 정비사업도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원자잿값이 뛰어오르다 보니 건설사들은 시공사로 선정돼도 자칫 빛좋은 개살구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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