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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 김영사 / 1만6800원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근미래 스코틀랜드의 응급실에서 단순 독감 증세를 보이던 환자가 갑작스레 사망한다. 다른 환자들도 상태가 급속히 나빠진다. 그들은 모두 남자로 응급의 어맨더는 거대한 팬데믹의 전조임을 직감한다. 아무도 어맨더를 믿어주지 않았지만 그새 바이러스는 영국과 아시아, 아메리카 등 다른 대륙으로 일파만파 퍼진다.

저자는 사상 초유의 '남성대역병' 바이러스와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다중 시점을 살려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알린 의사, 백신 개발에 몰두하는 학자, 혼란한 사회를 안정시키려는 정보국 요원, 남편과 아들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일반인들까지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묘사했다.

'낯설게 하기' 방식이 생각나는 이 책은 작가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의 섬세함이 드러나 있다. '남자가 없는 세상과 여성이 주도하는 정부의 모습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다중 시점을 채택하고 모든 화자를 여성으로 설정했다. 각각의 캐릭터에 주관적인 목소리를 부여하고 화자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그덕에 이 책의 여성들은 오 년의 세월 동안 약자에서 사회의 주체로 자리잡게 된다.

힘의 우위가 뒤바뀐 모습 속에서 현실의 고질적인 병폐를 비교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현실의 불가해성과 가상 세계의 개연성이 뒤섞일 때 SF는 현실 비판에 힘을 얻는다. 이 책은 다양한 아픔을 한 곳에 모아 하나의 객관적 세계를 구성하는 '능동적 독서'를 하게 한다.

이제 국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마스크를 벗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 위험도는 여전히 '높음' 상태다. 포스트 팬데믹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은 가장 유효한 SF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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