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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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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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 비채 / 1만6800원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위기, 기후 변화, 전쟁 등 여러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유엔은 1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식량, 에너지, 금융의 위기라는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 생겼다며 전 세계 수십억 인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책은 극심한 기후 변화와 잇따른 경제 위기로 황폐해진 2024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총성과 마약, 방화와 살인이 들끓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다. 주인공 로런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도 똑같이 느끼는 '초공감증후군'을 앓고 있따. 어린 흑인 여성인 로런은 장벽에 둘러싸인 마을에서 목사인 아빠와 가족, 이웃과 함께 살고 있다.

중첩된 소수자성을 지닌 로런의 모습은 작가가 매 작품에서 내세우는 주인공의 특성이자 SF 문학이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대에 흑인 여성 작가로서 길을 개척한 버틀러 본인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 책의 세상은 다분히 현실적이다. 기후 변화와 경제 위기로 무너진 국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거대 기업, 이방인을 차단하기 위해 장벽을 세우는 사람들,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진 2024년의 풍경은 지금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버틀러는 초능력이나 마법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소설이 아니라, 실현성 높은 미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작품은 버틀러가 현실감 있게 미래를 담아낸 결과물인 셈이다.

작가는 아픈 자와 함께 아파할 줄 아는 감각, 즉 공감의 감정이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수적이라 말한다. 나아가 버틀러는 재앙에 대항할 힘으로 변화를 내세운다. 변화의 힘을 믿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재앙을 이겨낼 유일한 방법이라 말하는 SF 거장의 전언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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