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돌아온 '주총꾼' 시대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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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금융산책] 돌아온 '주총꾼' 시대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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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지훈 기자] 2022년 주총 시즌이 종료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후 엄격한 통제 속에 열렸던 주주총회(주총)가 올해에는 다소 긴장이 완화된 느낌이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고 주총의 활기도 문득 찾아온 봄날처럼 생기를 불어넣었다.

최근 주총을 어려운 자리로 인식하지 않고 호기심에 찾는 이들도 부쩍 늘고 있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주총 관련 내용을 쉽게 접하다 보니 1주 이상 소량의 주식을 매수해 주총장을 찾고 후기를 올리는 젊은이들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관심은 추후 자본주의 시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엇나가 '주총꾼'의 단계를 밟지는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주총꾼은 매년 3월 정기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 겨울 동안 움츠린 몸을 펴고 기세등등 나타나는 악질 주주를 일컫는다. 그들은 기업들의 정기 주총 진행을 방해하면서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올해 정기 주총은 지난달 29일에만 570곳 이상의 기업이 몰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총 576개사(코스피 151개사·코스닥 381개사·코넥스 44개사)가 이날 정기 주총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3월 마지막주로 범위를 넓혀 보면 이 기간동안 주총을 여는 상장사는 1546개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업 IR 담당자를 만나 대화하다 보면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듣곤 한다. 주총꾼들에게는 시간이 돈이기에 하루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헐레벌떡 뛰어와 손부터 내민다고 한다. 봉투를 건네지 않으면 그때부터 주총을 방해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안건을 넘기려고 하면 지속적으로 질문을 해 방해하는 등 주총꾼마다 특징도 각양각색이라고 한다.

기업 IR 담당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명 '프로주총꾼'은 심지어 주주도 아닌데 찾아와 노골적으로 선물을 요구하거나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 주총장을 찾지 못하면 가족들이 대신 찾아와 유사 행동을 반복한다고 한다. 결국 가업처럼 대물림 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사실 이들을 막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1주만 있어도 주총에 참여해 주주의 권한을 발휘 할 수 있어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또한 의결권 대리행사제도(섀도보팅)가 폐지되고 의결권 행사지침(스튜어드십코드)이 확산되며 기업들이 주총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허점을 노린다.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선량한 주주들이다. 진지하게 의결 건에 대해서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러 가면 마이크 한번 손에 잡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하는 주주들도 있다.

그동안 무성의하게 보이기까지 했던 기업들의 주총도 문제가 된 만큼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소통 기회를 마련하는 등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해가 바뀌고 기업마다 신년사에서 매번 언급되는 말이 있다.

"주주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다"

과연 그런지 되묻고 싶다. 최근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 배당성향 강화 정책들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펼치는 정책이기도 하다.

기업의 경영진들은 더 적극적이고 차별화된 주주환원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며 주총꾼들은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돌아봐야 할 때다. 주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주총에 진지하게 임해 상호보완한다면 더없이 좋은 선진 주총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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