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사,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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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사,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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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최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에서 현지 자동차업체들과 합작공장 설립 및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울러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 등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의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제 K-배터리 3사간 경쟁을 넘어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한 치열한 글로벌 전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말 미국 에너지부(DOE)의 발표 내용을 분석한 결과 2025년까지 미국 내 건설 예정인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 13개 중 11개가 K-배터리 3사 관련 설비인 것으로 집계됐다. 11건 중 8건은 지난해 투자 발표가 나왔다.

계획대로라면 미국 내 전체 배터리 생산설비 중 국내기업의 설비 비중이 현재 10%대에서 2025년에는 70%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K-배터리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서 투자 발표 행사를 열고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공식 확정했다. 투자 금액만도 4조8000억원에 올해 하반기 착공을 시작한 뒤 2024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규 공장의 생산 능력은 2026년 기준으로 45GWh이다. 이곳에서는 배터리 셀 외에 모듈 생산 라인도 건설할 예정이다.

생산 물량은 향후 크라이슬러, 지프 등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들이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된다. 양사는 합작공장이 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의 북미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한 핵심 기지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양사의 기대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은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서의 전기차 판매량 5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우리의 공격적인 전동화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라고 말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부회장 또한 "품질·성능·원가 등 모든 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 핵심 고객인 스텔란티스에 공급할 것"이라면서 "신규 합작공장을 계기로 양사 모두 미래 전기차 시대 개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네트워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번 투자로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북미에서만 순수 전기차 25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향후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따라 북미 전기차 시장이 성장해 나갈 것을 예상해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을 추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2030년 미국 내 신차의 50%를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하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 지급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가운데 배터리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5년간 5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EV+PHEV 기준) 배터리 시장은 2021년 46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286GWh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연 평균 성장률이 58%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다.

향후 2025년 7월 신북미자유협정(USMCA)가 발효되면 완성차 업체가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요 소재·부품의 75%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SNE리서치 기준)으로 중국 CATL이 32.6%로 1위였고, LG에너지솔루션은 20.3%로 2위를 차지한 만큼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총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올해 2분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북미 시장에 원통형 배터리 전용 독자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규 공장을 통해 미국 주요 전기차 스타트업, 전동공구 업체 등 주요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무선 전동공구 등의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신규 공장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북미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후 추가적인 생산 능력 확보도 적극 고려해나간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이에 뒤질세라 경쟁사인 SK온(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앞서 SK온은 지난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10조2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총 129GWh 규모의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 3곳을 짓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SK온의 조지아주 자체 배터리 제 1·2공장은 각각 9.8GWh, 11.7GWh 규모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양사는 2025년부터 연 23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생산 능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 외에 향후 미국 내 공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선 스텔란티스 공장을 중심으로 하고 추가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다.

이같이 K-배터리 3사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동안 글로벌 1위 업체인 중국의 CATL도 북미 시장에 50억달러(약 6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생산 규모만도 80Wh로 지역 선정을 두고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을 두루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파나소닉도 미국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테슬라에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북미 시장을 선점해 왔던 CATL과 파나소닉이 K-배터리 3사의 맹렬한 추격 속에 방어전에 나선 형국"이라며 "CATL의글로벌 1위는 중국의 자국기업 지원 정책 영향이 크고, 일본 파나소닉은 너무 보수적이라 탄력을 받은 K-배터리 3사와의 선두 다툼이 전쟁을 방불케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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