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인플레 심화,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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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인플레 심화,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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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우려↑…전쟁 장기화 시 '강한 긴축' 예상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러시아군과의 전투 현장에서 손상된 차량 옆을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통신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러시아군과의 전투 현장에서 손상된 차량 옆을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통신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인플레이션 악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속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오는 3월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화하면서 연준의 긴축 속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7.5% 급등했으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는 전년 동기 5.2% 올라 198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이 때문에 시장은 연준이 3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전 세계가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수급 불안정 우려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앙은행들은 강한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한국은행은 이르면 4월, 혹은 5월경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리고 하반기에 한 차례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올려 1.5%가 돼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며 "올 연말 기준금리가 1.75~2.0%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한은의 예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경제 침체 속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 2.0%에서 3.1%로 상향 조정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제재가 길어질수록 공급난과 인플레이션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70~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고유가로 성장률이 둔화되는데도 연준은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국내 경제 상황으로는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채권 금리는 하락했다. 지난 25일 기준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전날(2.762%)보다 8.4bp 하락한 2.678%를 기록했다. 은행채 5년물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이날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금리는 연 3.900~5.750%로 전 거래일보다 상단이 0.04%포인트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채권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작용했기 때문에 금리가 인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는 시장에서 바라보는 예측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 시 대출 금리 등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취업률과 실업률 지표가 상당히 호전됐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는 조금 둔화됐으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빨리 해소되면 미 연준과 한은은 원래 기조대로 갈 가능성이 크고, 장기화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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