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의 금융노트] 은행→2금융권→대부업→불법 사채…'빚의 굴레'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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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의 금융노트] 은행→2금융권→대부업→불법 사채…'빚의 굴레'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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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지난해부터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부동산 광풍 속 무주택자들의 서러움도 십분 이해하지만 취약계층들은 '빚투(빚내서 투자)'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현재 가계부채는 임계치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이다. 4분기 가계신용을 모두 합하면 2000조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수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고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은 금융지원, 대출을 통해 생계를 마련했다. 풍부한 유동성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을 급격하게 끌어올렸고 저금리 기조와 맞닿아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이 영향으로 금융권 전반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뒀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조5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5% 증가했다. 금융권의 막대한 실적은 영끌과 빚투로 대출이 대폭 증가했으며 금리 상승기에 대출이 증가하면서 예대마진이 확대된 영향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출이 필요한 이들은 갈 곳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실수요자들 중 상당수는 중·저신용자들이다. 이들은 1금융권인 은행은커녕,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거부당하고 대부업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했고, 대출을 통해 임차료와 인건비 등을 지불하다보니 원금 상환이 힘들어져 또 다시 대출로 빚을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이 약 2년간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을 미뤄준 금액만 139조4494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지난해 11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중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27만2308명이다. 인당 대출액도 평균 5억7655만원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73개 저축은행 중 53개 저축은행이 신용점수 600점 미만의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들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강화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거부한 것이다.

대부업체도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낮아지면서 저신용대출을 잘라내거나 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서 실수요자들은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게 된다. 모두가 당장 눈앞의 달콤함에 취해 빈익빈 부익부를 키우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3월 코로나 대출유예 종료를 앞두고 부채 리스크 축소를 위한 연착륙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저신용자들이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출만기 연장 등의 조치만이 아닌 채무자 상환 능력 향상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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