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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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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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빅테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해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 전환, 금융소비자보호법 정착 등에 힘써왔다. 새해엔 금융회사들이 데이터 중심 경영을 목표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해 금융업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ESG 전환 선언과 글로벌 환경 기구 가입인증에 이어 넷제로(Net-Zero)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 명절을 앞두고 김광수 회장이 은행연합회에서 지난해 거둔 성과와 은행권의 막대한 예대마진, 은행 및 빅테크 간 불균형 등 현재 유의미한 사안에 대해 들어봤다.

Q. 2020년 12월 취임 이후 1년간 은행연합회 회장으로서 이룬 성과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 지난 1년간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한 일들이 이제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는 듯 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은행의 비금융 진출이나 자회사 간 정보공유를 제약하는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내용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최근 금융당국에서도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의 전환을 지원하겠다며 은행의 겸영 및 부수에 대한 업무 완화 문제와 정보공유 규제완화 필요성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은행의 자율적 경영기반 조성을 위해 금융회사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금융산업 특성상 적절한 규제가 불가피한 면은 있지만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민간의 자율 규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합회에서 마련한 내부통제방안이 앞으로 업계의 자율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은행과 빅테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개선돼야 하는 규제는 무엇입니까?

== 은행의 데이터경쟁력 강화를 어렵게 만드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업이 초개인화한 상품을 개발·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원재료가 결국 데이터입니다. 은행도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금융 데이터까지 확보해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행 규제체계상 은행은 빅테크에 비해 데이터경쟁력을 강화하기에 매우 불리합니다. 빅테크는 전자금융법이나 인터넷은행법을 통해 금융에 이미 진출할 수 있지만 은행의 비금융 진출은 여전히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따라서 은행은 비금융 데이터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올해 도입된 마이데이터 제도 역시 비교적 은행에 불리합니다. 은행은 은행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정보인 적요정보, 송금하는 개인적인 동기까지 포함하고 있는 상세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빅테크의 상거래 정보는 대분류만을 대부분 '기타'로 처리해 제공하고 있어 은행은 의미있는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의 비금융 진출이나 마이데이터 제도 등을 개선해야만 앞으로 공정한 경쟁 기반 하에서 은행권도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Q. 금융회사의 겸영·부수업무 완화 실현을 위해 어떤 준비와 검토가 이뤄지고 있나요?

== 은행의 겸영업무와 관련해 신탁·일임 등과 같이 각종 자산관리업무에 대한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가상자산업도 겸영업무에 추가하는 등 은행의 종합자산관리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그동안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건의해왔습니다.

은행의 부수업무는 여수신 등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은행권은 연관성 판단기준을 보다 완화해서 플랫폼 사업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은행의 핀테크나 생활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비금융회사에 대한 15% 출자제한도 완화해서 앞으로 은행이 본격적으로 금융과 비금융을 융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Q. 기존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의 경쟁 및 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신설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의 편의를 위해 도입됐습니다. 인터넷은행은 그 특수성을 고려해 이미 최근에 신설한 디지털금융 담당 조직을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는 일종의 '스몰라이선스'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기존 은행에 인터넷전문은행이 허용돼야 한다는 것 또한 고객 편의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기존 시중은행이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이 수행하는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시중은행에 새로운 업무범위를 추가로 열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시중은행의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만으로는 디지털화에 따라 세분화된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 주기에 비교적 쉽지 않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따라서 기존 은행이 타겟 고객층에게 애자일(Agile)하게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 전략상 별도의 조직을 설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Q. 은행 점포 폐쇄와 관련해 은행연합회가 TF(태스크포스)를 꾸렸는데 진행된 사항은 어떠합니까?

은행의 점포 축소로 인해서 어르신분들께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저희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연합회에서 TF를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프라인 점포 개수가 줄어드는 추세 자체는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은행 서비스의 비대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미 금융서비스의 중심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변화했습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고령층 분들도 비대면 금융환경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과도하게 인위적으로 점포 폐쇄를 억제하기보다는 어떠한 분들이 창구를 주로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잘 파악한 후에 이에 맞는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국내외적인 ESG 요구에 대해 사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은행권의 ESG 경영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 지난해 여러 은행이 스스로 ESG 경영 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점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특히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ESG 지배구조와 경영 기반을 마련한 점에 대해서는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저희가 K-택소노미(taxonomy) 시범 시행이라든지 ESG 금융상품 출시 등 은행권에서 ESG 관련 요구사항이 더욱 증가될 것입니다. 연합회에서도 올해 2월 중으로 'ESG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또 3월경에는 'SBTi기반 탄소중립 목표설정 매뉴얼'을 개발해서 은행권이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Q. 지난 13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회색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시장이 맞이하게 될 위험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습니까?

== 은행권에서는 당국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현재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대손충당금에 더해 대손준비금까지 쌓고 있어서 이를 다 합치면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닙니다.

아울러 '회색코뿔소'를 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급격한 디지털 전환에 따라서 새롭게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입니다.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밥 모리츠 PwC 회장 역시 '사이버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곳이 디지털화가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금융권이다'라는 말했습니다.

은행권은 이제 데이터 보안이라든지 개인정보보호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나 가상자산업 등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은행권은 임직원들이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Q. 당국의 대출규제 여파로 대환대출 사업이 보류됐습니다. 언제쯤 다시 사업이 착수될까요?

== 상당히 민감한 문제긴 합니다만 대환대출 사업의 재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습니다. 앞으로 가계부채 증가상황 등에 따라 방법과 시기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대환대출 플랫폼이 원활하게 구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은행에서 신용대출 금리를 산출할 때 거래실적 등을 반영한 자체 신용평가결과를 이용하고 있는데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하게 되면 금리산정의 기초정보가 제한되거나 부정확할 수 있어 금리산출의 정확도가 떨어져 플랫폼 이용의 실효성이 그렇게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남은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보유하고 있어서 뿐만 아니라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또 가장 트렌디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은행권도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해야 초개인화된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직까지는 여러 제도상 은행권의 데이터 경쟁력 강화를 제약하는 규제가 많은데 임기 중에 이를 최대한 개선하는데 노력하고자 합니다.

◆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1957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을 거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다. 금융정보분석원장과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을 지낸 후 2020년 12월 제14대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했다. 은행연합회장 취임 후 은행권의 금융소비자 보호, 디지털 전환, ESG 경영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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