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의 세상이야기] 인문여행자 도시를 걷다
상태바
[김경한의 세상이야기] 인문여행자 도시를 걷다
  • 양승국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01월 20일 10시 07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의 말]
<인문여행자 도시를 걷다> 를 출판한 이후  진지한 서평과 다양한 리뷰를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응원에 힘입어 이책은 교보문고 등 전국서점과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유지하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수많은 블로그와 리뷰 가운데 양승국 변호사님이 보내주신 서평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바람의 전설'에 올라 있는 내용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인문여행자 도시를 걷다
-양승국 변호사의 책읽기-

인터넷신문인 컨슈머타임스(www.cstimes.com) 김경한 대표가 낸 책 <인문여행자, 도시를 걷다>를 읽었습니다. 제목의 '도시를 걷다'에서 알 수 있듯이 김대표가 주로 세계 곳곳의 도시를 발로 뛰고 쓴 여행기입니다. 그리고 '인문 여행자'라고 하였듯이, 단순히 자신의 눈에 비친 다양한 풍경을 그려내는 여행기가 아니라, 인문적 관점에서 그 도시를 읽고 쓴 여행기이지요. 그러므로 여행 일정을 되짚어나가는 보통의 여행기와 달리 단도직입적으로 그 도시의 인물, 사건, 건물 등에 인문 돋보기를 들이댑니다. 이를테면, 아일랜드 더블린에 가서는 막바로 이 도시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 제임스 조이스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지요.

김대표는 컨슈머타임스 대표 이전에도 MBC, CBS, YTN, 이코노믹리뷰를 거친 언론인입니다. 저는 김대표가 YTN 경제부장을 할 때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후에도 제가 한국예술종합대학의 문화예술 지도자과정(CAP)을 수료하니, 김대표도 뒤이어 이 과정을 수료하여 인연을 이어나갔지요. <인문여행자, 도시를 걷다>에 실린 글은 김대표가 컨슈머타임스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김대표는 연재 당시 연재글을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저도 메일을 통해 먼저 이 글들을 접했습니다. 그렇지만 예쁘게 디자인 된 종이향 나는 책으로 읽는 것은 메일을 읽는 것과는 감흥이 다릅니다. 메일로 읽을 때는 매일 매일 읽어서 처분해야 하는 많은 메일 중의 하나로 대충 읽고 넘어가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이렇게 책을 펼쳐 들고 차분하게 집중하니, 김대표가 전하는 인문학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었네요.

책에는 김대표가 다녀간 많은 지구촌 마을을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 중국, 아시아, 우리나라의 다섯 범주로 나누어 인문기행을 펼칩니다.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문 기행 글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김대표는 언론인이 아니라 문학인이 되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글을 잘 쓰기는 하지만 김대표의 글은 그 이상입니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을 읽으면서, '글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하는 감정을 느꼈었는데, 김대표의 글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중 몇 개를 인용해보겠습니다.

고대와 중세를 가르는 역사유산, 영국 요크셔의 커크스톨 대수도원은 추억-폐허-망각-역사의 윤회를 밟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돌기둥들은 성당의 오르간처럼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면서 진동했다.

- '폐허의 미학, 리즈 커크스톨 수도원' 중에서

스파르타의 함성도 아테네의 지혜도 모두 밤바다에 잠겨버린 시간, 이렇게 만물은 다시 고요 속으로 침잠해간다. 에게해 남쪽 어딘가에 길게 누워있을 크레타섬을 그리려니 갑자기 영혼의 허기가 밀려온다. 달콤한 포도주와 한 조각 빵으로 지친 육신을 달래는 관습적 행위를 접고 좀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구름이 되어야 했었던가. 솔로몬 왕의 탄식처럼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며, 또 헛된 것을.

- '당신은 '조르바'인가 '나'인가' 중에서

좁은 시야로 월광이 파고들었다. 차가운 겨울 하늘에 걸린 달빛은 처연했다. 밤이 지나고 새벽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들을 서서히 묻어버렸다. 세상에 지친 사람들이 어디쯤에선가 반드시 멈추리라는 걸 아는 것처럼.

-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 중에서

4,000미터에서 올려다보는 탐세르쿠 설산의 흰 그림자는 서쪽으로 숨이 다한 태양을 힘겹게 붙잡고 있었다.

- '히말라야에서 만나는 다르마타' 중에서

길 위에 노출된 모진 풍상, 짧은 가을이 가면 곧 눈보라가 치겠지만 황사비 뿌리는 거친 봄을 지나 생선 썩는 비린내가 진동하는 여름이 돌아올 것이고, 넘고 또 넘고, 올해 넘고 내년에도 넘을 한 서린 십이령길의 여정, 그 두꺼운 윤회가 내 발밑에서 시작되었다.

- '울진 보부상 옛길은 살아있다' 중에서

어떻습니까? 동의하십니까? 이외에도 인용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이 있지만, 이 정도에서 그치렵니다. 문학적 표현에만 취해있을 것이 아니라, 김대표가 다녀간 곳 중에 몇 군데는 살펴봐야겠지요? 먼저 '율 브린너와 조선의 인연'입니다. 예전에 율 브린너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율 브린너에게 뭔가 색다른 신비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었는데, 할머니가 몽골계이네요. 율 브린너의 핏속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피가 섞여 있는데, 율 브린너는 이중에서도 자신이 가장 멋지고 튼튼한 몽골 청년으로 기억되는 것을 희망한다고 하였답니다. 

율 브린너는 1920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떠나버린 후에는 어머니를 따라 하얼빈으로 이주했네요. 그리고 아버지 보리스가 대한제국의 벌목권을 따낸 사업가이기에 제목에 '조선의 인연'이라고 붙였구요.

'포용정치의 성인 링컨'에서는 김대표는 정적도 포용하는 링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링컨은 전당대회에서 그를 켄터키 촌뜨기에 수준 이하 인간이라고 뭉개던 정적 수어드를 측근들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무장관으로 발탁합니다. 국무장관에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지요. 남북전쟁이 터졌을 때에는 또 다른 정적 스탠턴을 국방부 장관에 앉혀 전쟁을 승리로 이끕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는 공화당 강경파들에 맞서 남군의 어떤 지휘관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체이스 재무장관이나 야전사령관 맥클랠런 장군도 링컨을 죽도록 미워했지만, 결국 링컨을 존경하게 되었답니다. 링컨이 암살 당했을 때 링컨의 곁을 가장 오래 지킨 사람이 스탠턴입니다. 링컨이 숨을 거두자, 스탠턴은 눈물을 흘리며 "시대는 변하고 세상은 바뀐다. 그러나 이 사람은 온 역사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그 이름은 오래도록 영원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미국인들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링컨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링컨의 생일을 기념일로 정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김대표는 '하멜 14년, 애덤스 20년'에서는 시야가 좁아터진 조선 정부 처사에 아쉬워합니다. 1600년 윌리엄 애덤스가 표류해왔을 때 일본의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그를 외교자문역으로 임명하였고, 미우라 지역(현재의 요코스카)에 250석의 영지를 하사하여 아예 일본에 눌러 앉힙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애덤스는 120톤짜리 범선을 제작하여, 일본인들은 이 배를 타고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하여 멕시코까지 항해합니다. 그런데 조선은 1653년(효종 4) 하멜 일행이 표류해왔을 때, 처음에는 훈련도감, 금군(禁軍)에 배치합니다. 당시 효종은 북벌정책을 펼치고 있을 때이니까, 화포 기술이 있는 이들을 써먹을까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청나라 사신단이 왔을 때에, 이들 중 2명이 사신단에 뛰어들어 자신들을 나카사키에 보내달라고 호소하자, 하멜 일행을 부안, 강진에 분산 수용합니다. 하멜 일행은 여기서 잡초를 뽑거나 새끼를 꼬는 잡역에나 동원되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1666. 7. 나가사키로 탈출합니다. 이를 보고 김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풀을 뽑다가 탈출한 하멜과 영주 대접을 받은 애덤스의 차이가 근대 한국과 일본의 운명을 바꾼 것은 아닌지.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남을 인정하는 전략적 포용이 국가의 100년을 좌우했다. 리더의 시각은 역사를 바꾸는 바로미터다. 무지와 당쟁의 한계를 벗어나야 조선의 시야가 넓어졌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좁은 우물 안에서 서로 기어오르려고 밟아봐야 상대의 머리를 밟고 다시 추락하고 만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 우리의 국제 감각과 역사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안에서 싸우지 말고 바깥세상과의 경쟁에 열중해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

저도 여러 여행기를 읽어보았지만, 김대표가 쓴 것과 같은 형식과 인문학적 여행기는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2021. 10. 27. 초판이 나오자마자 한 달도 안 된 2021. 11. 15. 8쇄를 찍더니 현재 12쇄를 넘어 판매수량 2만부를 향해 순항중이라고 합니다. 출판 이후 교보문고와 네이버 인문 베스트셀러에 올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풍문고는 신세계 무역센터 별마당에  '읽고 싶은 책'으로 특별전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교보문고는 광화문점과 강남점에 이 책의 프리미엄 판매대까지 설치하여 운영했고 중앙일보와 함께 '2021년 읽을만한 책' 으로 선정해 '마이베스트 특별코너'를 진행중이라고 하네요.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구미가 당기지 않습니까? 여러분들도 <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를 펼쳐들고, 김대표를 따라 인문학 도시 여행을 떠나보지 않으시렵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