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의 금융노트] '디지털혁신' 외쳐도 '카뱅·토스' 선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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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의 금융노트] '디지털혁신' 외쳐도 '카뱅·토스' 선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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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정어리는 청어의 한 종류로 북유럽 사람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생선이다. 노르웨이의 한 어부는 늘 싱싱한 정어리를 운반해왔는데 정어리보다 큰 메기 한 마리를 수조에 넣어 정어리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 비법이었다. 이를 '메기 효과'라고 부른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상장과 동시에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의 시가총액을 넘겼으며 토스뱅크는 신용대출 사전예약 160만명을 돌파하며 출범과 함께 대출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두 인터넷은행의 반란은 전통 은행업권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다줬다. 

카카오뱅크와 토스가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줬던 영향일까. 올해 금융권 CEO들은 신년사에서 하나같이 인터넷 은행을 견제하며 '디지털 혁신'을 외쳤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리뉴얼한 'KB스타뱅킹'을 단순한 모바일뱅킹 앱이 아닌 '그룹 슈퍼 앱'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으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덩치만 큰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는 서슬 퍼런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금융 소비자들은 카카오뱅크 상장 이전에도 토스와 카카오뱅크를 선택했으며 UX/UI(User Experience/User Interface)와 앱(애플리케이션) 사용이 불편하다고 은행권에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왔다.

지난 12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가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사용자수(MAU)는 각각 1386만명, 1275만명이다. 5대 시중은행 중 1위인 KB스타뱅킹(1021만명)과도 250만명 이상 차이가 난다.

토스와 카카오뱅크는 앱 출범 초창기부터 UX/UI와 서비스 통합에 많은 신경을 기울여왔다. 특히 토스의 경우 직관적이고 단순한 UI를 고수했으며 은행, 증권, 카드, 보험을 한 앱에 담아 사용자들의 집중도를 높였다.

반면 시중은행 앱은 원하는 기능을 찾기 위해서는 대분류-중분류-소분류로 여러 번 터치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며 무엇보다 어려운 금융용어 떄문에 사용자들이 한 번 더 의미를 풀어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앱 사용이 어렵다는 의견에 '카카오뱅크보다, 토스보다' 담당하는 업무가 많다는 핑계를 내놓았다. 물론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채널도 없을뿐더러 기업금융, 자산관리, 투자 등의 업무를 아직 담당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체급이 가벼울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간편한 것을 찾기 마련이다. 위기감을 느낀 시중은행들이 아무리 MZ세대 친화적인 홍보를 내세우고 막대한 자금을 들여 앱 개편을 꿰해도 소비자들이 간편함을 버리고 은행 앱으로 다시 넘어오기란 쉽지 않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는 말이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방송인 박명수 씨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을 비튼 것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에 밀린다고 느꼈다면 진짜로 밀린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메기에 의해 디지털 혁신이라는 칼을 꺼내들었다면 무라도 썰어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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