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제동에 좌초된 현대重그룹-대우조선 합병…향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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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제동에 좌초된 현대重그룹-대우조선 합병…향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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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유럽연합(EU)이 끝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하면서 조선업계 빅3를 빅2로 재편하는 큰 그림이 좌초됐다. 이에 양사는 차선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정부는 한국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을 새롭게 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새주인 찾기 프로젝트를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형성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불허를 결정했다. 지난 2019년 12월 기업 결합 심사를 시작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독점을 우려하며 장고를 거듭한 지 2년여 만의 일이다. 

앞서 현대중공업(現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합병 추진을 가속화했다. 

아울러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이들 기업이 매출을 일으키는 경쟁당국인 EU·중국·일본·카자흐스탄·싱가포르 등 6개국의 기업결합 승인 과제를 풀어나갔다.

이에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경쟁당국이 순조롭게 승인을 한 가운데 한국과 EU,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만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EU가 LNG운반선 시장 독점 우려를 이유로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양사의 기업결합은 무산될 전망이다.

EU는 유럽선사들이 LNG선에 집중해 있는 데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1, 2위의 조선사로 꼽히고, 합병이 이뤄지면 글로벌 LNG선 시장에서 점유율 60%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최근 LNG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도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양사의 M&A 무산이 확정되면서 향후 전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M&A를 위해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는 등 전사적 노력을 쏟아 왔던 만큼 EU의 이번 결정에 큰 실망을 나타냈다. 

앞서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기 시작한 시기부터 한국조선해양 측은 조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단순 숫자로 봐서는 안되고, 독점 여부는 유효 경쟁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다른 경쟁당국들이 이 기준에 맞춰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설득력을 가졌다. 

하지만 그동안 EU의 전향적 결론을 기대했던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EU 공정위의 결정은 비합리적"이라며 유감을 표한 뒤 "향후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를 하는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유상증자에 참여해 투입하려고 했던 1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보전할 수 있어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등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M&A 무산으로 가장 큰 고민을 떠안은 건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LNG선 수주 호황 덕분에 내년 말이나 내후년부터 흑자를 기대하고 있지만 외부요인에 따른 재무구조가 취약해 빠른 시일 내에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은 이번 EU 불승인 결정에 대해 "2019년 1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당시 어려운 조선산업 업황 등을 감안해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와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간 기업결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면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 필요한 절차를 추진해 왔으나 다른 경쟁당국과 달리 EU측이 불승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다만 "최근 조선산업 여건이 2019년 당시보다 개선되어 EU의 불승인 결정이 우리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기업결합 추진을 결정했던 당시에는 2016년에 불어닥친 수주절벽과 장기간 불황의 여파에 따른 국내 조선사 간 가격경쟁 및 과잉공급의 해소가 시급한 상황이었다고 짚으면서도 지난해부터 조선업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게 그 근거다.

최근 전세계 발주량이 조선업 불황기 진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물동량 증가 등에 따라 상당 기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글로벌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생산능력이 조정됨에 따라 과당 경쟁의 우려가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아울러 국내 조선사의 경쟁력 제고를 바탕으로 한국의 수주 점유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의 수주가 확대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번 EU의 불승인 결정으로 그간 추진했던 대우조선-현대중공업 간 기업결합은 어렵게 됐으나, 조선업 여건 개선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와 대우조선 정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 민간 주인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외부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산업은행(대주주) 중심으로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정상적으로 수주·조업할 수 있도록 RG(선수금보증) 등 기존 금융지원을 올해말까지 연장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부터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어느 한 기업이 단독으로 인수하기에 버거울 수 있다"면서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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