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의 금융노트] 은행 점포 폐쇄, 키오스크만 둬서는 안 된다
상태바
[박현정의 금융노트] 은행 점포 폐쇄, 키오스크만 둬서는 안 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지난해 일부 커뮤니티 등지에서 '1995년에 상상한 2020년의 모습'이라는 게시글이 떠돌았다. 25여 년 전 사람들은 미래에는 집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고 화상통화가 되는 삐삐를 각자 들고 다닐 것이라고 상상했다.

위 문단을 읽고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스마트폰 등의 출현으로 한참 전에 실현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제 은행에 방문하면 인공지능이 당신을 맞이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은행들은 기술의 변화를 빠르게 수용해왔다. 약 5년 전만 해도 은행 창구에서 모바일뱅킹으로 동의서를 받더니 이제는 모바일뱅킹에 밀려 은행 점포도 사라지고 있다.

올해 1~1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이 폐쇄한 점포는 총 203개다. 연말까지 59개 점포가 추가로 사라져 총 262개 점포가 없어질 예정이다.

은행 점포의 빈자리는 무인형 키오스크가 차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무인형 점포에 은행원과 화상 통화가 가능한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보조 인력 1~2명을 배치해 사용을 돕고 있다. 하지만 보조 인력마저 없이 키오스크만 있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은행 점포를 찾는 소비자의 연령대에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현금 이용 비중은 68.8%다. 70대 이상이 현금 인출을 위해 금융기관 창구를 이용하는 비중도 53.8%에 달한다.

모바일 간편송금서비스 이용도 50대 이상은 이용률이 평균을 하회하는 수준이며 60대의 7.2%, 70대 이상은 1.1%만이 모바일로 간편송금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50대 이상은 모바일뱅킹 이용마저도 어려워하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상황이 이러해지자 몸소 반발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내년 2월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이 무인 키오스크 점포로 바뀌게 되자 해당 지역 주민 2000명이 반대 서명에 나서고 본사 항의를 통해 점포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행 점포 폐쇄보다 고령층을 비롯한 금융 소외계층의 디지털 교육이 선제 되어야 한다. 현재 은행과 금융당국은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인터넷으로 실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앞으로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날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와 알파세대(2010~2024년생)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고 세상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은행들은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은행 점포를 무인형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모두가 디지털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시대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 사회의 역할은 개인이 뒤처질 때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다. 디지털 금융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