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섀도우 캐비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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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의 시선] 섀도우 캐비넷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12월 13일 0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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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한국은 대선 정국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역사를 의회민주주의가 아닌 왕정 아래에서 보냈다. 그러나 한민족 특유의 다이나믹한 능력으로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의회민주주의를 정착 시켰다. 물론 빨리 먹는 밥이 체하 듯 그 부작용도 간간히 눈에 띈다.

서구 유럽은 의회민주주의의 역사가 깊다. 민주주의 기원을 고대 그리스에서 찾기도 하고 영국의 의회는 8세기경 시작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서구의 의회민주주의는 시행착오와 함께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는 아니지만 서구 의회민주주의의 선진국 영국의 제도에서 차용할 만한 것이 있다.

가장 부러운 것은 섀도우 캐비넷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그림자 내각'이다. 섀도우 캐비넷은 정권을 잡고 있지 않는 야당에서 정권교체에 대비하여 미리 구성해 놓는 내각이다. 즉 현재 공식적인 국방부 장관이 있다면 야당에서 지정한 다른 국방부 장관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 해당하는 총리를 비롯하여 모든 장관들이 미리 지정되어 있고 이것은 공개된다.

섀도의 캐비넷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정권 교체시 불안한 국정 중단이 없다. 그동안 야당에서도 담당하는 장관이 있기에 바로 정권을 인수하면 된다. 영국의 경우 정권 인수는 선거 결과가 발표된 당일에 이루어 진다. 둘째 즉각적인 정권인수가 가능하기 위해 현직 장관들은 중요 정책을 추진할 때 섀도우 캐비넷의 장관과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협의한다. 이로서 야당의 지속적인 견제도 받고 협조도 받을 수 있다. 대립과 반목이 아닌,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진정한 협업을 하는 것이다.

셋째 섀도우 내각을 통하여 미리 인사에 대한 사전 검증이 가능하다. 사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들이 섀도우 내각 상태에서 배제되며 사후적으로 업무처리가 미숙한 인사도 걸러 낼 수 있다. 네째 가장 훌륭한 장점으로 섀도우 내각을 통하여 국정 경험을 축적한 인사가 나중에 실제 업무를 맡는 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특정 직업에 종사한 인사가 갑자기 대통령이나 총리에 임명되는 경우는 영국에서는 볼 수 없다. 섀도우 내각 뿐 아니라 정식 내각에서도 여러 분야의 장관 경험을 거친 사람이 총리에 임명된다.

즉 영국에서 총리에 임명되는 사람은 그림자 내각에서 여러 부처의 장관으로 그리고 현직 정부에서 몇 개 부처의 장관을 거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유럽연합의 수장인 독일 출신의 우르즐라 폰 데어 라이덴도 의사 출신으로 독일에서 가족부 장관 , 노동부 장관 그리고 국방부 장관을 거친 후 EU의 집행 위원장이 되었다. 장관 정도 되는 고위 공직자는 세부적인 전문 지식보다는 조직의 통솔력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의사 출신이 국방부 장관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선 후보들도 약력이 고용노동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 그리고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적이 있다. 그리고 섀도우 내각에서는 건설 교통부 장관과 교육문화부 장관을 수행하였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믿음 직 할까? 장관 시절에 사생활이나 능력에 대한 검증은 이미 다 끝났을 것이기에 불필요한 검증 논쟁도 필요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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