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쇄신 칼춤'에 최지성'위축'…다음은?
상태바
이건희 '쇄신 칼춤'에 최지성'위축'…다음은?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7월 04일 08시 09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테크윈 이어 삼성전자도'여름 광풍'…그룹 고위층 '잠 못드는 밤'
   
▲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최지성 부회장, 권오현 사장 (사진 좌부터)

삼성테크윈은 서막에 불과했다. 삼성그룹의 '얼굴'인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쇄신칼춤'이 힘과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후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베는 방향에 연민 따위는 없다. 자신이 최고 책임자로 있는 삼성전자의 폐부 깊숙한 곳도 직접 도려냈다. 그룹사 전체에 긴장감이 팽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칼집에서 빠져 나온 칼이 언제쯤 제자리로 돌아갈 지는 알 수 없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고야 말겠다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을 뿐이다. 장기전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다소 찜찜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 회장의 신임을 얻은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한 탓이다.

◆ "LCD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

삼성전자는 지난 1일 LCD 사업부장이었던 장원기 사장을 최고경영자(CEO) 보좌역으로 내쳤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부품사업간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메모리와 시스템 LSI, LCD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 총괄'을 신설했다. 권오현 반도체 사업부 사장을 이곳 총 책임자로 임명했다.

삼성그룹의 '연말인사' 전례가 깨지는 순간이자 이건희 회장이 주도하는 본격적인 내부 쇄신작업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조짐은 있었다.

지난달 초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내부 비리를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직후 그룹 내 미래전략실에 소속돼 있는 감사담당 조직이 별도 조직으로 꾸려진다는 소식이 나왔다. 때문에 이번 인사의 배경에도 '비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재계에 적지 않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LCD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그러나 그보다 LCD 사업의 조기 정상화가 더 근본적인 이유고, 반도체 사업부장이 LCD를 직접 담당하며 시너지를 높여 사업 위기를 빨리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부품 사업이 반도체와 LCD가 별도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이를 사업 총괄로 묶고 반도체 총괄이 담당하면 부품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실제 일부 해외 구매선의 경우 세트와 부품사업을 병행하는 삼성전자의 사업 방식을 문제 삼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용 부사장은 "해외 거래선에서 우리가 세트와 부품을 하는 것에 대해 예민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세트와 부품 간에 독립성 강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 예상치인 4조원을 밑도는 저조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2조9500억원으로 3조원 밑으로 내려갔던 영업이익이 2분기에도 3조5000억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LCD 사업의 부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달리 보면 삼성전자의 LCD 사업은 '바닥'을 쳤다고 보기에 무리가 없다. 일본 대지진 및 그리스발 유럽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가 본격적인 수습 단계에 들어섰다. 게다가 LCD 사업부는 단계적인 '최적화' 과정을 앞두고 있다.

이 회장으로부터 직접 '디바이스 솔루션 사업총괄사장'이라는 직함을 얻은 권오현 사장 입장에서는 더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지는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최지성을 비롯 삼성그룹 고위층의 '잠 못 드는 밤'

이인용 부사장은 "부품사업 총괄이 신설됨으로써 최 부회장의 권한이 일부 위임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보고라인이 더 단축돼 의사결정 구조가 빨라지고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결정구조가 느려 비효율적이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된 바 있다. 최 부회장의 앉은자리가 편할 수 없는 이유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1일 그룹 전반에 걸친 향후 쇄신계획에 대해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며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해봐야 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그룹 고위층의 '잠 못 드는 밤'이 언제 마침표를 찍을 지 기약이 없다는 얘기다.

한편 삼성은 권오현 사장 외에 DS사업총괄 사장을 보좌하는 경영지원실을 신설, 실장에 김종중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임명했다. 삼성석유화학 사장엔 성인희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을 임명했다.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에게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추가로 맡겼으며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엔 한명섭 전무를 임명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