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의 금융노트] '은행 이자 폭리' 비난에 귀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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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의 금융노트] '은행 이자 폭리' 비난에 귀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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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제로(0) 금리 시대'가 끝을 보이고 있다.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로 올리고 내년 상반기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대출자들이 이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금리를 기록하자 '내 집 마련'은 물론 자산 증식을 꿈꾸는 이들이 은행으로 몰려갔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대를 기록했으며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했다.

총량 규제 강화로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줄이고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높였다. 때문에 11월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0.75% 수준이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5%대를 넘어 6%대를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대출금리 인상을 예금금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1% 안팎이다. 시중은행들의 예대금리 차는 9월 말 기준 2.14%포인트로 11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은 '이자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은행권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은행이 올 1~3분기 동안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1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은 이러한 '이자 파티'에 대해 예대마진이 아닌 대출 증가의 영향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 규제 강화에 우대금리부터 없앤 상황에서 이는 게으른 변명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에 대해 뒷짐을 지고 적극적인 개입을 피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예대마진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지난 16일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7일 준거(지표)금리 증가의 영향이라며 개입이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개입하기 어려운 것은 맞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 총량'을 압박해 우대금리를 없앨 명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을 감싸고 있다는 불평이 쏟아지는 것도 획일화된 대출 총량 규제가 원인이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성행하게 된 계기는 저금리 시대에 예금 이자보다 주식 수익률이 더 크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치솟는 집값, 오르지 않는 예금금리에 예・적금으로 집을 사는 것은 오래전 일이 됐다.

대출이 없는 금융소비자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기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요구대로 예금금리 인상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풍부한 유동성에 예금금리 인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수익성 지키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증대로 배를 불리고 금융당국은 '시장원리' 핑계를 대며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귀기울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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