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원의 골프산책] 제주의 풍요로운 바다와 하늘을 담은, 롯데스카이힐CC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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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원의 골프산책] 제주의 풍요로운 바다와 하늘을 담은, 롯데스카이힐CC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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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스카이힐CC 제주 전경

손에 잡힐 듯한 삼방산과 서귀포 앞바다와 한라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롯데스카이힐CC 제주는 전세계적으로 38개국에 200여 골프장을 설계했으며 미국 100대 골프장 중 13개가 그의 손을 거쳐간 골프장 설계의 대가, 로버트 트렌트 존스(Robert T Jones)를 통해 탄생됐다. 그는 '모든 홀은 파(par)는 어렵고 보기(bogey)는 쉬워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곳 롯데스카이힐CC 제주의 코스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보기(bogey)도 쉽지 않을 것 같다.

6년 연속으로 아시아 100대 코스에 선정된 이유를 좀 더 알고 싶었다. 이 곳은 총 36홀로 구성되어 있는데, 코스의 이름만 들어봐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 코스, 서귀포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오션 코스로 구성된 회원제 골프장과 가장 높게 위치하고 있어서 골프장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힐 코스, 제주의 울창한 자연림을 그대로 살려서 마치 자연 휴양림에 있는 듯한 느낌의 포레스트 코스는 회원제 코스에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어느 코스, 어떤 홀이라도 전략이 필요하지 않은 홀이 없다

제주도의 자연적인 특색과 지형적인 특성을 잘 살린 코스는 멋진 뮤지컬 작품을 보는 것처럼 스토리가 잘 짜여 있어서 18홀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홀과 홀사이의 거리에도 예쁜 야생화들이 반겨주고 잘 관리된 티박스에 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제주도의 앞바다, 자연휴양림 같이 쭉 뻗은 나무들, 아름다운 연못 등이 번갈아 가면서 펼쳐져 있다.

다만 코스 난이도는 상당히 어렵다. 화이트 티를 사용할 때와 블루/블랙티 사용시의 플레이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고 티샷부터 계곡이나 크리크, 대형 폰드를 넘겨야 하는 홀들이 많았다.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으로 인한 착시현상 때문에 정확한 세컨샷 공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린은 한라산 브레이크 때문에 캐디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홀까지 내리막으로 읽었는데 반대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즐거웠던 이유는 골프백 속의 14개 클럽을 골고루 사용해야 할만큼의 샷밸류를 가진 코스 덕분이었다. 이곳은 유유자적 경관을 바라보면서 풍류를 즐기는 골퍼보다는 홀 하나하나 공략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조금 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어하는 골퍼에게 강추하고 싶은 코스다.

오션 코스 6번홀
오션 코스 6번홀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는 어떤 상상력을 가지고 이 코스를 설계했을까? 이 곳은 PGA급의 국제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곳으로 해저드와 벙커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고저 차이를 이용해서 골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오션 코스는 3338m(3651야드)로 전장이 길다. 6번홀은 한 홀에서 두가지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암반에 둘러 쌓인 해저드가 있어 양쪽으로 공략이 가능하다. 장타자들은 블루티에서240~250야드 정도를 보내면 해저드 너머에는 조금 넓은 랜딩존이 있으니 공격적으로 가도 좋을 것이다. 비거리가 짧은 골퍼는 우측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가는 것이 좋다. 세컨샷이 떨어지는 곳부터는 페어웨이가 좁아지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아이언 샷이 필요하다. 스크린 골프였다면 이 홀만 반복적으로 플레이해도 될 만큼 재미있는 홀이다. 그만큼 공략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동양이 이룩한 최고의 미적 가치인 '고요의 미학'을 보는듯

힐 코스 8번홀
힐 코스 8번홀

힐 코스는 3272m (3573야드)로 오션코스에 비해서 조금 짧지만 세컨샷의 공략이 중요하기 때문에 티샷의 방향성이 중요한 코스다. 또한 이곳이 어디인가! 제주 한라산 브레이크로 유명한데다 2단 3단으로 되어있는 그린은 호락호락 웃음을 선사하지 않을 작정인가 보다. 힐코스 8번홀은 챔피언티 600m, 화이트티 564m로 제주도 골프장에서 가장 긴 홀이기도 하고 첫번째 IP지점 좌우측으로 아주 큰 나무들이 병풍을 치고 있는 듯이 보여서 '몬스터홀'이라고 불린다. 드라이버를 까마득하게 쳤다고 생각해도 남은 거리가 300m가 넘는다. 발아래 펼쳐진 제주의 오름들 사이로 티샷을 마치고 페어웨이를 걷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세컨샷을 하기 위해 페어웨이로 들어가면서 그린을 바라봤을 때 마치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보는듯 했다. 고요함이 깔려 있는듯 적막감이 들지만, 쓸쓸함이나 절망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라 소요(騷擾)나 혼란으로부터 해방되는 듯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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