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난 잡겠다", 시장은 오히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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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세난 잡겠다", 시장은 오히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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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의 '내 집 마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2분기 주택거래량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2015년 2분기 부동산시장 동향분석'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34만74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1% 증가했다.(연합)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충식 기자] 정부가 새 임대차법 도입 후 심화한 전세난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11·19 전세대책도 당초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최근 신학기를 맞이하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전세물량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웃지역으로 전세난 우려가 대두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공임대 공실 활용 및 공공전세주택, 신축 매입약정 등을 통해 전세난을 잡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어 지난 5월 중순에는 설명자료를 통해 "올해 계획된 서울지역 전체 및 강남4구의 정비사업 이주 물량이 작년보다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정비사업 이주로 전세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이 지난 지금 전세난 우려의 조짐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두 달 동안 0.09∼0.17% 올랐다.

대규모 신규 택지 공급 계획이 담긴 2·4 대책이 나온 후 3월과 4월 각각 0.03%, 0.02%로 상승폭이 주춤했지만, 6월 들어 매주 0.08∼0.10% 수준으로 오르면서 변동폭이 커졌고 7월 4주에는 올해 최고 상승률인 0.17%까지 치솟았다.

이는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8월 첫째 주(0.17%) 이후 가장 큰 오름세다. 지난주는 0.16%로 전주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전세난의 시작은 '강남'이다. 강남은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세난이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서울 전체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방학 이사철 학군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난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일상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새 아파트 입주 물량마저 감소할 예정이어서 전세 안정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 서초구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주간 누적 기준으로 최근 두 달간(8주) 2.17% 올라 서울 평균(1.08%)의 2배를 웃돌았다. 이어 동작구가 1.58%, 송파구 1.45%, 양천구 1.43%, 노원구 1.31%, 강동구 1.18% 순으로 집계됐다.

서초구 전셋값은 2·4 대책 직전까지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좀처럼 꺾이지 않다가 2·4 대책 직후 0.11%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4월 0.00%까지 상승 폭을 줄였다.

그러다가 5월 1∼3주 0.01∼0.07% 사이에서 꿈틀대기 시작해 5월 3∼4주 0.16%, 0.26%로 튀어 올랐고, 6월 1∼4주에는 0.39%, 0.56%, 0.36%, 0.34%로 급등해 6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이후 최근까지도 0.19∼0.30% 수준으로 오르면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초구 전셋값 강세는 재건축 단지의 이주 영향이 크다.

서초구에서는 3∼6월 방배13구역, 신반포18차 337동, 신반포21차, 반포1·2·4주구 등 5000여가구가 재건축을 위한 이주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세 물량도 함께 줄었고, 이주 수요가 인근으로 옮겨가면서 전세 부족 상황이 확산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초구의 아파트 전·월세 임대 매물은 이날 기준 3087건으로, 두 달 전(3170건)보다 2.7% 줄었다.

양재동이 같은 기간 17.9%(73→63건)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서초동 -15.9%(2409건→2027건), 반포동 -7.6%(1600건→1479건), 우면동 -5.2%(156건→148건) 등의 순으로 매물이 줄었다.

전세난 심화 우려에 서울시가 지난달 반포 3주구(1490가구)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면서 이주 시기를 7월이 아닌 9월 이후로 2개월 미루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당장 다음 달로 이주 시기가 다가오면서 매물 부족애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해 전세난 현상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3주 연속 서울에서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양천구도 두 달 새 전세 매물이 31.6%(735건→503건) 감소했다.

양천구는 4∼5월 전셋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6월 3∼4주 0.02%, 0.03%로 반등했다. 이어 7월 1주 0.07%에서 2주 0.25%로 급등했고, 7월 3주∼8월 2주 0.24%, 0.29%, 0.28%, 0.24% 등으로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양천구는 여름 방학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가 목동신시가지 등 단지로 몰리며 전세가 귀해져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전세 시장은 앞으로도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세난 해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 3만864가구로, 작년(4만9411가구)보다 37.5% 적다.

여기에 하반기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25.9% 적은 1만3141가구에 그치고, 내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3.7%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줄고 있는 입주물량과 3기 신도지 택지개발, 그리고 서울의 경우 재건축 등이 몰리면서 물량이 줄었다"며 "전세매물 부족이 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되면서 서울 외곽지역과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가 이끄는 오름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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