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승부조작' 정몽규 사과…소비자 불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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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승부조작' 정몽규 사과…소비자 불신 확대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5월 31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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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토토 '불똥'… '수박 겉핥기 식' 발언은 미봉책 불과
   
 

"국민 여러분과 K리그 팬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현대산업개발 회장)가 고개를 숙였다.

최근 드러난 K리그 승부조작 파문이 국내축구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베어있다. 하지만 연맹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은 나오지 않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 승부조작 시도가 불법베팅이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체육진흥투표권사업 수탁 사업자인 스포츠토토㈜도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각 프로축구 구단과 연맹 측에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여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 정몽규 "검찰 조사 결과를 보고 최선의 대책을 낼 예정"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는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리그에 불거진 승부조작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총재는 "이번 K리그 승부조작 수사 사태로 국민여러분과 K리그 팬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입을 뗐다.

그는 "설사 (승부조작에) 관련된 사람이 많고 이들을 모두 제거하더라도 축구팬들을 위해 경기는 계속 돼야 한다"며 "외국 사례에서도 천재지변, 전쟁이 일어난 경우가 아니면 중단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승부조작의 온상이 됐던 컵대회와 관련해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줘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컵대회에서 1.5군, 2군을 내보내는 사례가 있었는데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면 불법 승부조작 등이 끼어들 틈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구체적인 재발방지 로드맵 없이 '수박 겉핥기 식' 발언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 총재는 "검찰 조사 결과를 보고 최선의 대책을 낼 예정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아는 만큼 수사에 맞춰서 최선의 대책을 내놓겠다"며 "승부조작이 밭을 붙이지 못하도록 지도자와 선수들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했다.

당장 토토 발행주체인 스포츠토토와 구매주체인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토토 구매자가 대거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다시 돌릴 묘안이 전무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 이미지로 인해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이중고'가 두 주체를 맴돈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우리도 피해자가 된 측면이 있다"며 "축구토토가 전체 토토매출의 50%를 넘을 만큼(해외축구 포함) 비중이 큰 상태라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스포츠토토 "축구 매출비중 커, 이번 기회 털고 가야"

그는 "해외 축구의 경우 선수가 부정행위를 하면 2부리그로 강등시키거나 선수자격을 박탈하는 등 강력한 처벌을 가한다"며 "이번 사건도 구단이나 연맹, 선수 쪽에서 어떤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느냐가 화두"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승부조작과 같은 부정행위를) 깨끗하게 털고 나가야 할 것"이라며 "자칫 기존 토토 소비자들을 불법 베팅시장으로 내몰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해 곽영철 축구연맹 상벌위원장은 "규정상으로는 36개월 이상의 출장정지, 또는 제명이 가능하다"며 "수사가 끝나고 자체 조사를 종합해서 최대한 엄중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정부 및 단체의 역할에 의문부호가 적지 않다.

한 소비자는 "축구구단들 혹은 선수들 사이에 비리가 터지던 말던 수익만 거두면 그만이라는 아니한 생각이 팽배하지 않았나 의심스럽다"며 "결과적으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은 것 같아 분노가 치민다"고 격노했다.

프로축구연맹은 31일 1박2일간 16개 구단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 사무국 임직원 등 K리그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개최한다. 스포츠토토는 감사팀이 참여키로 했다.

한편 프로축구 K리그에서 뛰었던 챌린저스리그 서울유나이티드 정종관(30) 선수가 30일 오후 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P호텔 3층의 한 객실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이 부끄럽다"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의 시신 옆에서는 "승부 조작의 당사자로서 부끄럽고 가족과 축구계 은사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자필로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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