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은행권, 금소법 시행...불안한 출발
상태바
[금융소비자] 은행권, 금소법 시행...불안한 출발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3월 30일 08시 02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권 전산시스템 구축 차질에 비대면 서비스 중단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 25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금소법은 금융 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 위법 계약 해지권 등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법으로 6대 판매규제 적용 대상을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며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사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다. 금소법 시행으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업권 별로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컨슈머타임스 전은정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법안 발의 9년 만인 지난해 3월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해 이달 25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 취지에 따라 판매 규제 위반 시 강도 높은 불이익을 금융사에 적용한다. 상품 판매에 따른 수입에 최대 50%의 과징금을 물게 한다.

금소법은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하던 6대 판매 규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한다. 6대 원칙은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이다. 금융당국은 법 시행 후 6개월간 계도기간을 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 각 금융협회와 공동으로 금소법을 안내하는 전단을 제작, 금융회사 영업점에 비치했다.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신협 등 전국 영업점에 약 150만부 이상을 배포했다.

안내전단은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 자료열람요구권 등 새로 도입된 금소법상 소비자권리를 소개하고, 금융소비자가 금융거래시 중요사항을 확인하는 등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사항도 안내했다.

금융사들은 이미 설명의무나 부당권유금지와 같은 판매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업권별로 모두 여러 부문의 상품에 대해 녹취 관련 시스템을 갖추고, 일부 비대면 상품의 판매 방식을 바꾸는 등 금소법 시행에 맞춰 준비해왔다.

하지만 금소법은 시행 첫날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업무지침) 마련이 늦어지면서 금융권 전산시스템 구축에 차질이 생겨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키오스크(무인단말기)와 비대면을 통한 서비스를 이날부터 줄줄이 중단했다.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법 규정에 따라 기존 서비스를 재정비하기 위해 일제히 일부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대부분 인공지능(AI)이나 무인 단말기를 통한 비대면 상품 가입 서비스와 관련된 기능들이다.

금소법에 따르면 입출금 통장을 새로 만들 때 약관, 상품설명서, 계약서를 고객에게 줘야 하는데, STM(스마트텔러머신)에서 수십 쪽에 달하는 설명서를 교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TM은 은행 창구를 찾지 않아도 신분증 스캔 등을 통해 통장을 발급받고 비밀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지능형 현금자동입출금기(ATM)다.

KB국민은행은 25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STM에서 새로 입출금 통장을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전자메일로 전달하는 시스템 등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신한은행도 STM과 같은 성격의 '유어스마트라운지(YSL)' 내 서비스 중 상품 신규·해지 서비스 등을 중단한다. 중단 기한은 상품설명서 교부 등 금소법에 맞춰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다.

우리은행은 키오스크를 통한 예금과 펀드의 신규 판매, 신용카드 신규 발급 등 키오스크 일부 기능을 25일부터 멈춘 뒤 4월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하이로보'의 펀드 신규·리밸런싱(재조정) 거래를 25일부터 5월9일까지 일시 중단한다. 금소법 시행에 따라 '하이로보'의 마켓 포트폴리오 구성 관련 알고리즘 및 펀드 가입 프로세스 등을 변경하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농협은행은 AI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프로' 서비스를 5월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AI 로보어드바이저는 은행 직원이 아닌 로봇이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춰 펀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금융당국은 금소법의 현장 적용 과정에서 생길 혼란을 줄이기 위해 6개월 유예·계도기간을 두고, 현장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 당국은 각 금융협회와 함께 설명회를 개최하고, 12월까지는 금소법 안착을 위한 지원 체계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