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인기투표' 문자장사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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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인기투표' 문자장사 '도' 넘었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5월 12일 0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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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료 건당100원~500원까지 등장… 규제 마련 시급
   
 

MBC TV '나는가수다∙위대한 탄생', Mnet '슈퍼스타K', tvN '오페라스타'는 KBS '백상예술대상'에 비하면 껌 값?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사들이 참가자들의 개인기를 앞세운 토너먼트식 예능프로그램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휴대전화 '문자상술'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인기투표'라는 명목으로 시청자들의 실시간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지만, 접근이 자유롭고 이용료자체가 비싸 소비자들이 피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달 말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방송되는 백상예술대상은 무려 30초당 500원에 달하는 이용료를 일부 책정, 이미 시행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 빅뱅출신 최승현(탑) 44.4% 득표… 청소년들 '쌈짓돈'

11일 방송가에 따르면 일정기준에 부합하는 영화와 TV드라마들이 우열을 가리는 백상예술대상이 오는 26일 전파를 탄다.

주최측(일간스포츠)은 지난달 1일부터 휴대전화를 통한 '유료' 인기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직접참여 비용이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데 있다.

백상예술대상 홈페이지에는 인기투표 참여에 500원, 인기투표현황 확인에 100원의 비용이 든다고 적시돼 있다. 부가세와 데이터통화료는 별도다. 앞서 밝힌 비용이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최소 금액이라는 얘기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휴대전화가 아닌 전화자동응답장치(ARS)를 거쳐 투표에 참여하는 경우 30초당 300원의 이용료를 소비자가 물어야 한다. 이 역시 부가세와 통화료는 별도다. 3분 정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2000원 이상의 비용지출이 예상된다.

세간의 '요금폭탄' 우려를 의식한 듯 '과금상한제' 항목도 열거돼 있다. 다만 △1일 10회 △개인당 10만원으로 기본설정자체가 높아 '무용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각 스타들의 인기투표 현황이 1분단위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오후 18시 현재 영화부문 남자인기상 부문에는 '포화속으로'에 출연한 그룹 빅뱅출신 최승현(탑)이 44.2%의 득표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자인기상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박신혜가 79.6%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TV드라마 부문은 그룹동방신기 출신 박유천(미키유천, 성균관스캔들)과 문근영(신데렐라언니)이 남녀 인기투표 각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수 출신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TV로 한정하면 SS501의 김현중과 이승기가 2, 3위를 달리고 있는 등 이 같은 현상은 특히 두드러진다. 다시 말해,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좋아하는 스타들의 순위를 올리기 위한 물밑 힘겨루기가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부모님이나 친척들의 명의로 투표에 중복 참여했다는 글과 이러한 방식을 소개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개설된 각종 팬카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 "문자가격 주최측이 결정… 세세한 것 밝힌 수 없어"

여기에 주최측의 '1분 단위 공개'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유발시켜 비용지출을 늘리는 '낚시'로 활용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타 방송사들 역시 이용료에서만 차이가 날 뿐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 시청자가 직접 휴대전화문자로 탈락자를 선정하는 형식의 MBC TV '나는가수다∙위대한 탄생', Mnet '슈퍼스타K', tvN '오페라스타'는 100원~200원 수준의 정보이용료를 받고 있다.

이중 '위대한탄생'(위탄)은 총 10억원 이상의 문자수익을 낼 것으로 업계에서 점쳐지고 있다. 방송사와 이동통신사, 문자투표 집계업체 등이 나눠 갖는 구조로 알려져 있으나 상세내역은 비밀에 부쳐져 있는 상태다.

일부 방송은 수익을 사회공헌에 사용한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청소년들의 '용돈'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방송에서 몰표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청소년들의 참여열기는 뜨겁다. 소액이나마 누적돼 가고 있는 개개인의 금전적 손해, 즉 피해범위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주최측 관계자는 "행사 주체가 각기 다를 뿐더라 (문자) 가격은 전적으로 주최측이 결정하는 사안 아니냐"며 "이 외에 다른 세세한 것들은 밝힐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정부기관에는 문자투표세태를 다루고 있거나 다룰만한 부서가 전무한 것으로 파악돼 제한장치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한 소비자는 "일반 회사도 아니고 언론사가 주도하는 행사를 누가 막을 수 있겠냐"며 "청소년들을 주 타겟으로한 돈벌이가 TV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밝혔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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