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깡' 명절 선물시장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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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깡' 명절 선물시장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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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앞두고 잇달아 할인 유혹…정부 단속 뒷짐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직장인 윤모씨는 최근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친척집에 사들고 갈 선물로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직장동료로부터 솔깃한 정보를 전해 들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저렴하게 구입한 상품권을 활용, 선물용 제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윤씨는 이해했다. 윤씨는 직장 동료에게 구입처와 같은 상세 정보도 전해들을 수 있었으나 마음 한구석의 찜찜함은 가시질 않았다.

 

◆ 10만원 짜리를 96천원에누가 손해?

 

설날이 불과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비정상적 경로를 통한 상품권 매매, 이른바 '상품권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길거리 전단지 배포방식을 비롯 각 기업이나 개인의 팩스를 통해 무분별한 홍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령 10만원짜리 상품권의 경우 9만원대 중반에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실제 본보가 일부 상품권 매매업체들의 판매금액을 확인한 결과 10만원권 기준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업체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업체의 상품권은 95500원 안팎에서 가격이 결정됐다.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등 국내 주요 구두업체들이 발행한 상품권도 단골 매매대상이었다. 할인율은 백화점 상품권 대비 15~20% 정도 더 컸다. 

 

A라는 업체 또는 개인이 최초 발행업체인 백화점과 대형마트로부터 대내외 선물용 상품권을 구매한다. 선물을 받은 B는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상품권 매입업체인 C에 넘겨 현금화 한다. C는 마진을 남겨 A에 되판다. 단순화한 '상품권깡' 순환구조다.

 

상품권 매매시장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 상품권을 구매하면 현금을 절약할 수 있다""명절이 다가오면 기업체에서 직접 사람들이 찾아와 대량으로 (상품권을) 구매해 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상품권 할인율 기준에 대해 "활용범위가 넓거나 튼튼한 회사의 상품권일수록 비싼 값에 거래가 된다""때문에 구두 상품권처럼 사용처가 한정된 상품권은 싸게 매입해서 싸게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A B의 주고받기 사이에서 상품권 매입업체인 C만 배부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범죄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중심에 있다.

 

◆ "정부는 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실제 지난해 8월 직장인 김모씨는 회사 몰래 법인카드로 수억원대의 '상품권깡'을 했다가 경찰에 체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도박자금 마련이 이유였다.

 

근래 들어서는 기업 또는 개인이 대출이자를 막기 위해 상품권깡을 일부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의 이자를 막기 위해 선이자를 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2009년 국정감사에서는 희망근로프로젝트의 급여로 지급되는 희망근로 상품권마저 ''으로 거래됐던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관리소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상품권깡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선물문화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부 이모씨는 "(상품권깡은) 발행업체를 통해 정상적으로 상품권을 사는 사람도, 비공식 업체에 파는 사람도 모두 손해가 아니냐""각종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데 정부는 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직장인 정모씨는 "성의 없는 선물문화가 화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명절 때만 되면 적지 않은 수의 기업이 필요한 것 있으면 알아서 쓰라는 식으로 직원들에게 상품권을 던지듯 선물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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