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유럽산 포도주-위스키 수입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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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유럽산 포도주-위스키 수입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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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7월 13일 0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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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하면 유럽산 돼지고기와 낙농품, 포도주, 위스키 등이 지금보다 더 많이 수입될 전망이다.

품목별로 시기 차이는 있지만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이 인하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품질 좋은 유럽산 농산물을 싼값에 먹고 마실 수 있게 되지만 국내 농가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 양돈농가.낙농가에 '직격탄'

전문가들은 한.EU FTA로 인한 농산물 분야 피해 규모를 3천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세를 없애기로 한 품목들 모두가 관세가 철폐됐을 때를 기준으로 이 금액만큼 국내 농가의 생산 규모가 감소할 것이란 뜻이다.

대표적인 피해 분야는 양돈농가와 낙농업계다. 지금도 EU로부터 수입하는 농산물 중 비중이 가장 크다. 이 두 분야를 합친 피해 규모만 2천2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세 철폐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비교적 장기여서 충격이 서서히 닥쳐올 것이란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작년 기준 국내 돼지고기 수요 92만7천t 중 수입산이 24.6%고 이 중 EU산이 40.6%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돼지고기의 약 10%가 EU산인 셈이다. 그 대부분이 삼겹살이다.

EU산 돼지고기의 가격 수준은 작년 기준으로 국내산의 86.6%다. 25%인 관세가 철폐되면 72.1%로 가격 경쟁력이 더 세진다. 게다가 이는 지난해 평균 환율 1천374원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환율이 하향 안정화하면 더 싸질 수 있다.

결국 국내산이나 다른 나라 수입품이 차지한 시장이 어느정도 EU산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 국내 돼지농가는 생산을 줄여야할 지도 모른다.

대한양돈협회는 EU와의 FTA로 인한 국내 농가의 피해 규모가 한.미 FTA 때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협회 관계자는 "한.미 FTA로 인한 피해를 3천억원 정도로 봤는데 이번엔 그 이상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치즈와 유제품 등 낙농품도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낙농육우협회가 건국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한.EU FTA로 인한 낙농산업의 피해 규모는 867억∼1천28억원. 국내 원유 생산이 이만큼 줄 것이란 관측이다.

치즈, 버터, 밀크크림, 혼합분유의 관세율이 36%, 연유가 89%, 유장이 49.5%, 유당은 20∼49.5%로 세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만큼 관세 철폐로 인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2006∼2008년 EU로부터의 낙농품 수입액은 1억3천만달러였다.

포도주는 FTA 발효와 동시에, 위스키는 발효 3년 내에 관세가 전면 폐지된다. 관세율이 각각 15%, 20%여서 적잖은 가격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두 품목은 대부분 수입산끼리 경쟁하는 시장이어서 국내 업계의 타격보다는 외국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양돈업과 낙농 산업이 큰 영향을 받고 맥주 만드는 보리인 맥아 외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돼지고기와 낙농가의 타격이 크고 닭고기도 관세 철폐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미 FTA로 인한 타격보다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과일이나 채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FTA 발효 첫 해에는 그다지 타격이 크지 않겠지만 점점 많은 유럽산 농산물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적 표시제 시행으로 인한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리적 표시제란 '보르도 와인' '카망베르 치즈' '비엔나 소시지'처럼 지명 자체가 상품 가치와 직결된 경우 그 지명을 지적재산권의 하나로 보호해주는 것.

서진교 실장은 "기존에 이런 지명을 상품명에 써오던 것은 인정해주기로 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도 이를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 얼마나 싸질까

원론적으로는 삭감되는 관세만큼 소비자가격도 싸진다. 문제는 업계가 이를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할 것이냐다. 수입가가 공개되지 않는 만큼 값을 덜 내려도 소비자로선 알 수 없다. 통관 이후 국내 유통 과정에서 마진이 붙는 점도 관세 철폐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당장 주목받는 품목이 포도주다. FTA 발효와 함께 관세(15%)가 철폐되지만 업계는 실제 와인 값 인하 폭은 13%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도 변수다. 최근에는 다소 하향 안정화됐지만 금융위기기 한창이던 작년 말이나 올해 초처럼 환율이 고공 행진하면 관세 감축 또는 철폐로 인한 효과를 환율이 고스란히 까먹게 된다.

돼지고기의 경우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산이 국내산보다 품질면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농가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관세 철폐 또는 감축으로 인해 전보다 값싸게 유럽산 농산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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