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 회장, 첫 단추는 꼈지만…그룹 정상화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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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 회장, 첫 단추는 꼈지만…그룹 정상화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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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TA 통해 국제무대 성공적 데뷔…그룹 정상화 숙제는 여전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컨슈머타임스 김백송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글로벌 항공업계의 주요 정책과 전략을 정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며 국제무대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치뤘다.

다만 조 회장이 그룹의 총수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지분 승계를 통한 보유 지분 확대가 시급하다. 또한 오너 가족 리스크, 잦은 고장, 안전규정 미준수 적발 등으로 인해 떨어진 위상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2일 IATA는 서울 코엑스에서 제75차 연차총회를 열고 조 회장을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신규 선출했다.

이번 IATA 연차총회는 120여 개국 290여 개 항공사 등 항공관계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고 조양호 회장을 대신해 의장직을 맡았다.

IATA 연차총회는 전 세계의 항공업계 경영인들이 모여 항공업계의 발전과 트렌드를 모색하는 행사다. 지난 3일간 대한민국 서울은 세계 항공 산업의 수도로 탈바꿈할 계기를 갖고 조 회장도 2019년 한 해의 항공산업 트렌드를 이끌어갈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글로벌 항공사 동맹체인 '스카이팀(SkyTeam)' 의장에도 임명되면서 글로벌 항공 업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이 총수로서 첫 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우선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보유 지분을 14.98%에서 15.98%로 늘리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경영권 장악을 위해선 조 회장의 지분 확대가 필요하다.

올해 3월 기준 기준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다. 최대주주는 지분 17.84%를 보유한 고 조양호 회장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지분율은 2.34%에 불과하다. 조현아·현민 자매는 한진칼 지분 2.31%, 2.30%를 보유했다. 이들 자매는 고 조 회자의 지분에서 각각 3.96%의 지분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

조원태 사장의 확실한 우군은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이사장 지분 5.94%가 전부다. 조원태 사장 지분 등을 더해도 10% 안팎 수준에 그친다. 결국 조 회장 지분을 전량 승계해야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매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현아, 조현민 자매의 상속 지분이 조 회장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갈등 봉합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지분을 전량 승계해도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사이의 상속세 재원 마련이란 부담을 떠안게 돼 이 또한 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의 떨어진 위상 회복도 해결해야 한다. 오너 일가의 갑질 전횡과 각종 폭로로 인해 대한항공은 이미지가 악화되고 고객 이탈이 가속화됐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의 올해(1~6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36% 감소했다.

또한 잦은 고장, 안전규정 미준수 적발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개선할 과제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IATA 기간 일본에서 여객기 이상으로 이륙 문제가 확인되고, 지난 2016년 안전규정 미준수 건이 적발돼 국토교통부에 과징금 처분을 받으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 2일 오후 7시 20분께 일본 오키나와 나하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58명을 태우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KE736편 여객기(보잉737)은 이륙직전에 조종사가 엔진이상을 느껴 절차를 중단했다.

조종사가 기체 이상을 감지하고 이륙 절차를 중단한 뒤 게이트 쪽으로 기수를 돌려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영향으로 일부 항공편 이륙이 지연되면서 고객들의 불편을 야기했다.

같은 날 국토부는 안전규정을 어긴 국내 항공사들 4곳을 적발했다. 그중에서 대한항공은 지난 2016년 6월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이륙하던 비행기에 화재가 났을 때 비상탈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이 확인돼 과징금 3억 원과 함께 조종사 2명의 자격증명 효력정지 15일 처분을 받았다.

항공기 이륙지연의 경우 당시 번개가 치는 등 악천후의 영향이 있었지만 안전규정을 어긴 것은 면책사유가 없는 경우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당시 300여 명의 승객이 부상 없이 탈출한 것이 다행"이라며 "안전을 위해 반드시 엔진을 끄고 탈출에 나서야 하는데 탈출 후에 엔진을 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이륙지연에 대해 "엔진 이상 사인이 감지돼 중단했고 조사 결과 엔진 내 블레이드 손상으로 나왔다"며 공식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조원태 회장은 지난 2일 연차총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상속관련 가족 간 합의에 대해 "평소 가족간에 화합해 회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을 바탕으로 가족들과 많이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해선 "이 문제를 언급하면 주가에 반영이 될까봐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향후 그룹 경영에 대해선 "선대 조양호회장님, 그의 선대인 창업주 조중훈 회장님의 경영철학인 수송보국을 받들겠다"면서 "경영방향에 대해선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본 철학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수송 산업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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