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항공3사, 대표 변경으로 '시끌'…체제 강화냐, 퇴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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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항공3사, 대표 변경으로 '시끌'…체제 강화냐, 퇴출이냐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4월 24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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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원인은 투자자들의 산업 이해 부족…CEO 믿고 회사 안정화 도모해야
▲ 윗쪽부터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각 항공사별 여객기(국토부 언급순)
▲ 윗쪽부터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각 항공사별 여객기(국토부 언급순).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지난달 국토교통부로부터 국제항공운송사업면허를 발급받은 신생 항공사 3곳이 대표이사 변경 건으로 연이어 화제를 만들고 있다. 항공사들은 경영 전문성을 향상시키거나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목적을 앞세운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시점에 따라 각 항공사의 희비는 교차하는 모양새다.

◆ 국토부의 엄격한 심사 기조에 항공사들 '덜덜'

국토부는 지난 3월 5일 신생 항공 3사에 운송면허를 발급해준 뒤에도 각 항공사가 면허기준 충족상태를 유지하는 지 여부를 지속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사업법 제8조제2항에 따르면 운송면허를 받은 사업자는 이후에도 면허기준 충족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각종 면허기준에 미달할 경우 항공사업법 제28조에 따라 면허 취소·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가 제시한 면허기준 가운데 하나가 '대표·임원의 결격 사유'다. 항공사업법 제9조에 입각해 △외국인 또는 외국인 지분 2분의 1 이상 △대표·임원의 관련법률 위반 및 면허취소 경력 등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 이밖에 당초 제출한 사업계획의 충실한 이행 여부 등에 대해서도 감독받는다. 항공사 경영진이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업 준비 절차를 밟고 있음을 당국과 시장에 증명해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률의 취지다.

하지만 신생 항공사들은 올해 들어 일제히 대표이사 체제를 변경하거나 이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일각의 우려를 양산하고 있다. 대표이사를 새로 임명하거나 교체할 경우 국토부로부터 면허발급 심사를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 임명된 대표이사는 당국으로부터 경영진 자격 검증을 받고 대표 변경에 따른 사업계획 조정 여부에 대해서도 재심사받아야 한다. 당국이 깐깐한 면허 심사 기조를 견지하고 면허 정지나 취소까지 운운하고 있어 신생 항공사들이 어렵게 발급받은 면허를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실한 사업자들이 항공시장에 신규 진입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고 항공시장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항공사가 향후 미흡한 부분을 충실히 개선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퇴출도 검토하는 등 엄격히 사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 에어프레미아 앞서 에어로케이도 잡음…플라이강원만 '무사 통과'

현재 위기론이 가장 대두되고 있는 항공사는 에어프레미아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며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업 핵심으로 둔다.

이달 19일 이사회를 열고 심주엽 신임 대표이사를 임명한 것이 화근이 됐다. 기존 김종철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하고 심 신임 대표이사에게 사업 준비 실무를 총괄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심 신임 대표이사는 변호사 출신의 에어프레미아 투자자다. 현재 모바일 액세서리 도매업체 서울리거의 최대주주를 맡고 있는 등 투자 전문가로 알려졌다.

심 대표 임명을 두고 일각에서는 불안감을 표시한다. 최근 김 대표이사가 항공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사 5명과 견해차를 보이는 등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이사회에서 김 대표이사 해임 안건이 상정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표체제 변경으로 기존 사업계획이 바뀌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이사 해임 안건도 이사회에서 의결된 바 없다며 일축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대표 추가 선임과 관련해 사전에 국토교통부에 문의를 진행했다"며 "에어프레미아는 관련 규정에 따라 변경면허 신청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또 다른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도 대표이사 변경을 시도했다가 해명에 나섰다.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는 지난달 면허를 발급받은 지 일주일 만에 국토부에 대표이사 변경을 신청했다. 에어로케이 최대주주인 사모투자회사 에이티넘파트너스의 이민주 대표 측 인사로 대표이사를 변경할 계획이었다.

2016년 에어로케이를 설립한 뒤 4년 간 고생한 결과 재수 끝에 항공사업면허를 발급받아낸 현 강병호 대표가 내쳐질 뻔했다. 국토부는 강 대표의 사업 역량을 인정한데다 최대주주가 면허 발급 직후 대표 변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변경 신청을 반려했다.

에어로케이는 이달 중순께 국내 언론 보도로 대표 변경 신청이 반려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14일 국내 한 통신사 인터뷰를 통해 현 대표체제 유지를 공식화했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앞으로 국토교통부에 대표 변경을 신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에어로케이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플라이강원은 대표체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신생 항공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잡음을 일으키지 않은 항공사다.

올해 1월 1일 아시아나항공 해외 지점장 출신인 조성길 상무를 사장으로 파격 승진시킨 뒤 기존 주원석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도록 했다. 조 대표는 운항노선 등 항공 서비스 전반을 총괄하고 주 대표는 관광과 대관, 홍보 등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한다.

조 대표는 심사 기간 중 선임된데다 비등기임원 자격으로 대표직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 면허 발급 과정을 무난히 이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사 이사회에 들어올 권한이 있는 등기임원에 대해서만 결격 사유를 묻는다.

◆ 문제 근원은 투자자의 '성급함'…"상호 신뢰 하 길게 보고 가야한다"

업계에서는 신생 항공사들이 갑작스런 대표체제 변경으로 홍역을 치르는 이유로 항공운송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가 부족한 점을 꼽았다. 투자자들이 항공산업의 특성을 익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항공사 발전을 도모하려는 자세를 갖춰야한다고 주문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신생항공사들이 대표 변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단기적 성과물을 얻는데 마음이 급해 기존 대표와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생 항공사는 이 같은 잡음이 없더라도 3~4년은 출혈을 각오하고 사업 안정화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기존 대표들이 면허 취득을 위해 나름 열심히 준비해온 만큼 투자자들도 최고경영자를 믿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투자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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