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 구광모 LG회장, 상속·연말인사서 잇단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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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 구광모 LG회장, 상속·연말인사서 잇단 '파격'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11월 12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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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상속세 아랑곳 않고 승계 '속전속결'…필요하면 부회장단 인사도 '과감하게'

▲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9월 12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9월 12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잇단 파격적인 행보로 재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취임 이후 경영현안 파악을 위해 상당기간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온 구 회장은 11월 들어 상속과 연말인사에서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나는 행보에 나서며 재계에 '젊은 피'다운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 꼼수·편법 승계 만연한 재계서 '정면돌파'…오너리스크 최소화

구 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에 있어서는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2일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8.8%를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6.2%에서 15.0%까지 올랐고 LG의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구 회장은 지난 8일에도 LG CNS 지분 1.1%을 물려받았다. 

LG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속세 규모는 약 7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 상속세 납부액 가운데 역대 최고액이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은) 이 상속세를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앞으로 5년간 나누어 내게 될 것"이라며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재계선 막대한 상속세를 감안해 일부 지분만 물려받거나 다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상속세를 회피하기보다는 그룹 내 지배력 확보를 위해 빠르게 승계과정을 매조지는 편을 택했다. 그간 재계에서 승계와 상속 관련해 각종 편법과 꼼수가 만연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구 회장은 뜸들이지 않고 확실하게 최대주주로 올라섬으로써 비교적 젊은 나이로 회장직을 물려받으며 생겨난 그룹 안팎의 일부 우려 섞인 시선을 일소했다. 또한 거액의 상속세를 투명하게 납부함으로써 승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도 원천 차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어떠한 오너 리스크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며 "앞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문제가 된 계열사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의 분할·매각을 추진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물류계열사 판토스 보유 지분을 발빠르게 전량 매각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 연말인사는 '혁신'에 방점?…변화 일변도보다는 실리에 중점 둘 듯

구 회장은 연말 부회장단 인사에서도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기존 예상을 벗어난 결정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LG화학은 지난 9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최고경영자(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물러난 박진수 부회장은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등 재임 중 공적이 확고한데다 임기도 2021년까지로 상당 기간 남았다는 점에서 인사 발표 이후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에 재계선 이를 두고 기존의 성과보다 사업구조 개선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혁신 역량에 중점을 둔 인사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LG화학은 최근 기존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등 소재·부품 분야와 바이오 분야에 이르기까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신 신임부회장 내정자는 글로벌 혁신기업 3M에서 한국인 최초로 해외사업을 이끌며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소 수평적인 기업문화와 혁신을 중요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기업체질 개선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 같은 변화 기조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은 안정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번 LG화학 인사로 순혈주의나 그간의 공헌도보다는 혁신과 쇄신에 방점이 찍혔다고 보는 해석이다. 

반면 실적과 성과에 근거한 원칙적인 인사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화학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그간 고속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올해는 업황변화와 맞물려 하락세를 타고 있었다"며 "필요한 부분에서는 과감한 변화가 이뤄지겠지만 실적이 좋게 유지되고 있는 계열사의 경우 안정적인 선택을 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에 매출액 7조2349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액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올해 3분기 누적기준 영업이익은 1조9565억원으로 2조원을 웃돌았던 전년 동기(2조3135억원)보다는 15.4% 줄었다. 3분기에도 전년 동기 7897억원 대비 23.7% 감소한 60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 연말인사 시점은 12월 28일?…통상적인 이달 말~내달 초 유력

구 회장은 6월 취임 직후 권영수 부회장을 LG로 발령 내며 상당히 빠른 시기에 부회장단 인사에 손을 댔다. 또한 통상 LG그룹 인사가 발표됐던 11월 말~12월 초보다 빠른 시기인 지난 9일 LG화학 인사를 단행하며 정해진 시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그룹 연말인사 시점에 대한 예상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12일 성윤모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LG화학 대표이사 인사는 3M과 조율 관계상 먼저 발표된 것"이라며 "12월 28일 다 같이 나는 인사가 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시작된 그룹 사업(업적)보고회가 내달 초쯤 마무리될 예정인데다 내년도 사업계획과 연결돼 있는 연말인사 성격상 12월 말은 너무 늦은 시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LG화학 조기인사로 인해 그룹 연말인사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은 만큼 시간을 너무 끌어 불필요한 혼란을 증폭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LG그룹 관계자는 "아직 인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이르면 이달 말에서 늦어도 내달 초에는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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