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임대료를 둘러싼 인천공항공사와 사업자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업계 1위 롯데가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부분 철수를 강행한 데 이어 신라와 신세계도 최악의 경우 철수 카드를 꺼낼 전망이다.
7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28일 위약금 1870억원을 지불하고 기존 4개 사업권 중 3개에 대한 계약해지 수순을 밟았다.
롯데면세점이 막대한 금액을 내고 철수를 감행한 이유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역풍으로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당장 롯데가 공사 측에 올해와 내년 지불해야 할 임대료도 각각 1조2000억원에 육박했다.
1터미널 철수를 두고 고심하는 업체는 롯데 뿐만이 아니다. 업계 선두권인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공항 측의 임대료 27.9% 인하안에 반발하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사업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사 측과 임대료를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공사는 협상 끝에 지난해 11월 여객동 면세점 임대료를 29.5%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제2터미널이 개장할 경우 1터미널 이용객 수가 30% 가까이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반영한 결과였다.
이에 면세점 사업자들은 '이용객 수'가 아닌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액) 감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반발했다.
대한항공과 KLM,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등 항공사 4곳이 2터미널로 이동하며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편에 위치한 아시아나가 대한항공이 떠난 자리로 이동하게 된다. 서편에는 저비용항공사와 외항사가 들어선다.
서편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신라∙신세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이들 업체는 저가∙외항사 고객들의 객단가가 대한항공∙아시아나보다 떨어져 수익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 역시 이를 수용해 구역별로 인하 폭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서편은 43.6%, 동편은 30.1%, 탑승동은 16.1% 내리는 방안도 나왔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지난달 13일 입장을 바꾸고 1터미널 면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2터미널 개장으로 인한 이용객 수 감소를 고려해 임대료를 27.9% 인하한다"고 통보했다. 차등화 방안은 '예시'에 불과했다는 게 공사 측 주장이다.
결국 사업자들은 "그 동안 협상 내용이 무시당했다"며 공사 측에 공식 항의서한을 발송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실상 협상은 결렬됐다. 계약해지 위약금을 낮춰야 했던 롯데만 '27.9% 인하안'을 수용한 상태다.
공사는 롯데면세점의 철수로 공석이 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달 말까지 1터미널 면세점 입찰 공고를 낼 방침이다. 하지만 임대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업계 관심은 썰렁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완전히 이동한 게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매출 감소폭이 감지된건 아니다"라면서도 "수개월간 항공사 별 이용객 구매력이 다른 점을 감안해 인하율을 산정해달라고 협상해 온 것을 무시한 것은 사실상 '갑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