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렉스턴 스포츠는 SUV"…설득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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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렉스턴 스포츠는 SUV"…설득력 있나?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1월 10일 0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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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픽업트럭 마니아층에 SUV 수요층 흡수 전략…시장인식 바꿀 수 있느냐가 관건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최종식.JPG

[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SUV 명가의 자존심을 걸고 티볼리 브랜드로 공을 들인 끝에 소형 SUV 대중화를 이뤄낸 쌍용자동차가 이번에는 '렉스턴 스포츠'로 또 한 번 새로운 SUV 시장개척에 나섰다.

쌍용차는 9일 신차발표회를 갖고 소문만 무성했던 렉스턴 스포츠를 시장에 내놨다.

쌍용차는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코란도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픽업트럭을 주요 차종 중 하나로 내세워 판매해온 업체다. 이에 업계에서는 '렉스턴 스포츠' 또한 기존 계보를 잇는 신형 픽업트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하지만 쌍용차는 이날 렉스턴 스포츠에 대해 '픽업트럭'이라는 분류 대신 의도적으로 '오픈형 렉스턴(SUV)'이라는 분류를 사용하면서 이 같은 인식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차급 정체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픽업트럭' 대신 '오픈형 렉스턴' 또는 '오픈형 SUV'라고 표현해달라고 강조했다. 렉스턴 스포츠는 기존 크기에 따라 소형·중형·대형으로 분류됐던 SUV 차급 분류를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SUV'라는 주장이다.

신차발표회서 렉스턴 스포츠 소개에 나선 이석우 마케팅팀장은 "SUV 시장이 성장하고 레저와 마니아적인 감성에 익숙한 새로운 고객층(키덜트)이 부상하면서 기존 SUV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더욱 전문화된 레저용 차량과 특별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SUV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도 늘어났다"며 "이에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를 통해 SUV 형태의 바디와 후방 데크를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SUV를 출시해 이 같은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내수실적을 견인한 플래그십 대형 SUV 'G4 렉스턴'의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덧씌워 기존 픽업트럭 수요층에 SUV 수요층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디자인적인 특징이나 모델명에 '스포츠'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렉스턴 스포츠를 픽업트럭으로 보는 시각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실제 쌍용차 관계자 또한 이 같은 평가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쌍용차 관계자는 "디자인적 측면이나 여러 요소로 인해 렉스턴 스포츠에 대해 시장에서 픽업트럭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도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 G4 렉스턴과 많은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기존 G4 렉스턴을 '오픈형'으로 변경한 SUV 개념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쌍용차의 마케팅전략은 기존 쌍용차 픽업트럭 라인업인 '스포츠' 시리즈 수요층을 고려할 때 위험한 마케팅 전략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간 쌍용차 픽업트럭 라인업을 애용해온 마니아층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 쌍용차 관계자는 "스포츠 시리즈를 타면서 기존 고객들이 아쉬워했던 부분들에 대해 더욱 웅장하고 고급스러워진 외관과 개성적인 디자인을 갖춘 발전된 형태의 렉스턴 스포츠로 응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인식이라는 벽을 넘지 못한 채 픽업트럭도 아니고 SUV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셔닝이 이뤄질 수도 있는 우려도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좇다가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 쌍용차의 이번 마케팅을 '도전'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하지만 올 내수시장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SUV 시장의 약진'을 꼽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이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론적으로는 수요자인 고객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UV 명가 쌍용차 이미지를 고려하면 중형 SUV 시장을 겨냥한 렉스턴 스포츠가 기존 소형 SUV 티볼리와 대형 SUV 렉스턴과 시너지를 내 SUV 수요층 공략에 성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특히 SUV와 특성을 공유하는 오프로드 주행성능과 넓은 공간활용성의 경우 레저에 적극적인 SUV 수요층을 움직이는데 있어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예상보다 낮게 책정된 가격대도 긍정적인 변수다. 내수시장의 경우 차급 분류나 성능보다 가격이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렉스턴 스포츠 가격은 G4 렉스턴에 비해 1000만원 정도 낮게 책정됐다.

최종식 쌍용차 대표이사는 "환경규제 등에 맞추느라 원가상승 요인이 많았지만 원가절감 노력으로 현재 가격대로 결정됐다"며 "주 고객층이 충분히 수용할 만한 가격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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