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조사실 화장실은 '남녀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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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조사실 화장실은 '남녀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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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조사를 받으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를 찾았던 30대 여성 김모씨는 몹시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생리현상을 해결하고자 조사실의 화장실을 찾았으나 남녀공용인데다 화장실 문에 커다란 투명 유리가 있어 밖에서 내부가 훤히 보였던 것.

김씨는 '외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담당 경찰관에게 부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밖으로 나가게 할 수 없으니 (내부) 화장실을 이용하든지 아니면 좀 더 참아라'였다.

지난 6일에는 `한 경찰관이 조사받던 여성이 이용하는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로 손을 씻거나 남성용으로 사용되는 이 화장실은 문에 잠금장치가 없을 뿐 아니라 문 윗부분이 투명한 유리여서 키가 큰 사람은 쉽사리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상태였다.

이처럼 경찰서 형사과 조사실의 화장실이 대부분 남녀 공용인데다 문에 투명 유리가 있는 등 사용자의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기 쉬워 인권 침해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연합뉴스가 서울시내 경찰서 31곳 형사과 조사실의 화장실을 확인한 결과 남성용과 여성용이 구분된 곳은 6곳에 불과했다.

또 여자 화장실 유무와 관계없이 20곳가량은 문이 허리 높이로 낮게 설치됐거나 문 일부가 투명 유리였고 이마저 잠금장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마음만 먹으면 화장실 내부를 밖에서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인데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지극히 사적인 모습이 노출될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다. 장시간 조사를 받는 동안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들은 꼼짝없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씨는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 몹시 불쾌했고 성적 수치심마저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조사실에서 근무하는 소속 경찰관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한 경찰서의 이모 경사는 "바쁠 때 일일이 조사실 밖 화장실로 여성을 데리고 나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여성이 화장실에 있으면 앞을 지날 때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하다"라고 털어놨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여경을 대동해 외부 화장실을 사용하면 간단히 풀릴 수 있는 문제인데 수사의 편의만을 생각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수사 과정에 명확한 인권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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