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퇴출 후폭풍…'개미들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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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퇴출 후폭풍…'개미들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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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퇴출 대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금전적인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에 물려 있는 개미들의 투자자금만 해도 3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정리매매 기간의 손실액을 추정하면 아무리 낮게 잡아도 1천500억원 이상이 공중으로 날아갈 것으로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코스닥시장을 불신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시장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로 강조되는 이유다.

  
◇상장폐지 사유 28개社…개인 투자자금 3천128억 묶여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 오후 7시까지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퇴출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상장법인은 모두 28개사로 집계됐다.

28개사 가운데 23개사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한 감사의견 '거절' 기업이라 무더기 퇴출이 예상된다. 감사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17개사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고려하면 퇴출 기업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28개 상장폐지 사유 발생 기업에 묶여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만 해도 3천128억원으로 추정된다. 2009년 9월 분기보고서 상 소액주주들의 비중을 토대로 거래정지 직전일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정리매매 기간의 자금 회수율이 통상 50%를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 28개 기업이 모두 퇴출당할 경우 최소 1천564억원에 달하는 피해액은 전부 '개미'들의 몫이다.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소액주주 1인당 최대 253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시총 28위 기업 네오세미테크(2009년 12월31일 기준 실질주주 수 7천255명)의 경우 1인당 최대 피해액은 2천22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더군다나 이들 대부분이 올 초 테마주(株) 열풍을 타고 개인 투자자들이 들끓었던 종목임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잦은 실적 변경…코스닥 불신 부추겨
이처럼 유례없는 퇴출 대란에다 주식투자의 가장 기초적인 자료인 공시에 대한 정정까지 수시로 이뤄지면서 코스닥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정기 실적 공시 내용을 정정한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24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순손실 규모가 1억원 이상 확대된 곳은 전체의 28.74%에 달하는 71개사로 집계됐다.

이중 3개사는 자체 집계에서 흑자였던 실적을 적자로 바꾸는 등 이전 공시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네오세미테크는 애초 순이익 247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가 지난 24일에는 22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바꿨다.

역시 퇴출 대상에 이름을 올린 포네이처는 회사가 집계한 지난해 순손실 194억원이 감사 후 520억원으로 급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잠정 실적과 감사 이후의 실적 간에 극심한 차이가 발생하면서 자본잠식이 발생한 기업만 해도 5개사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정 사유와 관련해 외부 감사 결과를 반영했다고만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다.

서종남 한국거래소 공시제도 총괄팀장은 "최초 공시에 외부감사 결과에 따라 수정이 생길 수 있는 잠정 집계치임이 명시돼 있어 회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투자자들은 회사의 실적 공시가 신뢰도가 낮은 잠정 집계치임을 염두에 두고 공시 이력과 과거 실적 등을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코스닥 시장 신뢰도 회복 시급"
증권투자의 대원칙이 '자기 책임의 원칙'이라지만, '회계장부'와 '공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개인 투자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중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인 코스닥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보다 일반에 덜 알려졌고, 증권사의 기업분석 보고서도 드물다. 투자자들로서는 기업의 회계장부와 공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분식회계와 불성실공시가 잇따르면 '건전한' 투자자들마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과거 부실기업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줬던 회계법인과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을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며 띄워 준 국가기관 역시 이러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코스닥시장에 대한 시장 신뢰도 회복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총 4천억원이 넘는 네오세미테크와 같은 큰 기업이 퇴출 대상이 됐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시장 자체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알아서 투자하라고 방치하기 보다는 시장에 대한 감독을 보다 강화하고 증권사들도 분석의 틀 안에 코스닥 기업들을 좀 더 많이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며 "경쟁력을 가진 중소형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코스닥시장 신뢰도 회복에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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