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영업' 성매매업소 경찰에 걸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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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영업' 성매매업소 경찰에 걸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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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008년 하반기부터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에서 '성매매와 전쟁'을 벌인 이후 사그라지는가 했던 성매매업소는 지역과 형태를 달리한 채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26일 낮 12시30분께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한 주택가 초입의 5층 건물 앞.

건물 지하 1층의 성매매업소 단속에 나선 동대문경찰서 최병일 강력2팀장은 타고 온 승합차를 업소의 CCTV에 포착되지 않게 건물에서 50m가량 떨어진 도로에 세웠다.

그리고는 업소에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간 형사의 전화를 기다렸다.

5분가량 흘렀을까. 출발 신호를 알리는 총성처럼 최 팀장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동행한 기자의 귀에 '업소 입성'에 성공한 형사의 '장악했다'라는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렸다.

차량 문을 재빨리 열고 뛰어나간 최 팀장은 업소 뒷문 인근에 대기하던 형사 2명과 합류하고선 건물 지하로 후다닥 내려갔다.

모두 7명으로 꾸려진 단속반은 이후 230여㎡ 규모의 업소를 구석구석 뒤졌다.

침실과 목욕시설을 갖춘 방 6개 중 4개의 방에는 회당 12만원의 성매매를 하려던 알몸의 여성 종업원과 남성 고객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었다.

이날 단속반은 업주와 직원, 여성종업원, 성매수남 등 모두 10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 팀장은 "오늘은 고객을 가장한 팀원들이 성공적으로 업소에 들어가 출입문을 열어줘 쉽게 단속할 수 있었다"며 "성매매업소들은 단속에 대비해 업소 주변에 CCTV를 몇 대씩 설치해 단속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단속에 걸린 이 업소도 건물 내외부에 6대의 CCTV를 설치해 놓고 카운터에서 주변을 감시했으며 건물 외부에 간판을 내걸지 않고 영업했다.

단속을 나서기 전 동대문서 홍중현 강력계장은 경찰서 사무실에서 "현재 성매매업소는 상호 없이 속칭 `삐끼'의 호객행위를 통해 은밀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2008년 대대적인 단속으로 장안동 일대의 업소는 사라졌지만 인근 지역으로 업소가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이다.

실제로 이날 단속된 업소처럼 중랑구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거나 성매매를 해 적발된 사람은 2007년 195명, 2008년 192명에서 2009년에는 524명으로 급증했다.

'풍선효과'로 장안동 일대에서 성업했던 업소들이 2008년 강력한 단속 이후 인근 지역인 중랑구나 광진구, 성동구 등으로 옮겨갔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경찰은 이날 비슷한 시각에 광진구 중곡동에 있는 성매매업소를 동시에 단속했다.

중랑구 업소와는 달리 이 업소는 사전에 단속 낌새를 알아채고 문을 걸어잠그는 바람에 공구로 따고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성매매 여성과 남성 손님들은 업소의 뒷문으로 탈출할 수도 있었지만 형사가 지키고 선 까닭에 도망하지 못하고 모두 현장에서 붙잡혔다.

중랑구, 광진구 등지에서 성매매업소가 성업할 수 있는 것은 장안동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는 속칭 '삐끼'들의 활약(?)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장안동 일대는 '성전(性戰)'으로 성매매업소가 대부분 사라졌지만 `장안동 삐끼'가 여전히 성매수 남성을 다른 지역으로 퍼나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동대문서는 이날 새벽 호객행위 단속에도 나서 장안동 일대에서 업소에 손님을 소개한 삐끼 5명을 검거했다. 붙잡힌 성매수남 중 일부는 장안동에서 삐끼의 소개를 받아 업소를 찾았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최 팀장은 "현재 삐끼들이 장안동에서 손님을 모아 인근 지역의 업소에 데려준다. 이전에는 단순 호객행위로 처리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과태료만 부과했지만 이제부터는 성매매 알선으로 간주해 강력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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